사투리의 즐거움

by 김아인

서울살이 11년차, 새로 만나게 된 이들에게 나의 고향을 밝히면 종종 "사투리 안쓰시네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3살부터 19살까지 살았던 내 고향은 전라남도 목포로 <목포는 항구다>라는 영화로 알려지기도 했고, 최근에는 <더 킹>이라는 영화에서 조인성의 고향으로 나오는 곳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목포의 이미지는 보통 '조폭'의 도시. 안타깝게도 나는 이 곳에 살면서 그런 류(?)의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 세계가 내가 모르는 곳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건지, 혹은 미디어에서 잘못 이용되고 있는 이미지인 건지는 분명치 않다.

무튼 다시 돌아와서, 내가 전라도 사투리를 잘 쓰지 않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다. 고3 수능,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스무살에 서울로 올라와 대치동에 있는 재수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재수를 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는데, 60명남짓 하는 우리반에서 전라도 출신은 나 하나였다. 그 학원이 대치동이라는 특수성도 있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서울 혹은 인근의 경기도에서 통학을 하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수도권, 특히 강남이라는 그 익숙하지 않은 자본주의 문화에 속이 쓰리고 있던 어느 날, 쉬는 시간 복도에 있는 정수기 물을 뜨다가 실수로 손에 물이 튀자 나도 모르게 사투리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오메!"


일순간 주변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고, 왠지모를 부끄러움을 느껴 그 뒤 최대한 사투리 억양과 단어들을 안쓰려고 부던히 노력했던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서울사람 뺨치는 말투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내가 부러 말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내가 지방 사람이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은 대학에 들어가 온갖 지방에서 몰려온 아이들과 지내게 되면서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고, 남도 아이들과 있을 때엔 더 사투리를 쓰곤 했다는 훈훈한 결과를 낳았다. 그 후로 사투리 쓰는것에 전처럼 인색하게 굴지는 않았지만, 서울말이 몸에 배게 되어서 흥분할 때나 맞장구 쳐주는 사람이 있을 때, 오랜기간 고향에 다녀왔을 때를 제외하곤 잘 쓰지 않았다.


20170131_143008_HDR.jpg 광주송정역시장의 사투리 디자인가게 '역서사소'에서 찍은 것


보통 '경상도 사람들 보다 전라도 사람들이 말투를 잘 고친다'라고 하는데, 일단 여기서 언급되는 말투=사투리는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닌 것이고, 이 전라도 사람들의 특성이 경상도 사람들과 다른 뇌구조를 가졌다거나, 다른 언어체계를 가졌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기에 이는 오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형성된 것인 듯 하다. 당장 TV에만 봐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MC나 개그맨들은 많이 보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이는 거의 없어 보이니 말이다. 그나마 연기자 중에 전라도사투리 넘버원으로 현지인이 인정하는 사람은 성동일이 있다. 단연 탑이다. 응칠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다!' 싶었다. 그러나 정작 성동일은 인천 사람이더라. 앞서 얘기했던 영화 <더 킹>에서는 조인성과 류준열의 사투리가 나오는데....... 혹시라도 주변의 전라도 사람들에게 그 연기톤에 대해 물어보면 백이면 백 욕할 것이 분명하다. 덧붙여서 <왔다 장보리>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데... 그냥 안하련다. '어매'라고 하는건 좀 오바다 싶었지만 전라도 사투리 쓰는게 어딘가.


나는 JTBC 신년 토론회에 나온 4명의 인사 모두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것을 보고 살짝 기분이 나빴다. JTBC가 일부러 경상도 사람들을 섭외했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정치판에서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 중엔 경상도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현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휘몰아치는 대한민국의 정치사 안에서 '정치는 경상도 사람이 해야해'라고 하는 기저가 아직까지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것 자체가 기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다시 사투리 이야기로 돌아와 사회와 문화가 점점 다양성을 향해가고, 각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요구하는 마당에 모든 사투리에게 자유를 주자. 아니 평등을 요구하는게 더 맞겠다. '경상도 사람은 사투리를 못고쳐'는 틀린 명제다. 그들 자체가 고쳐야 할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느껴본 적이 없을 뿐. 사회가 모든 지역과 사투리와 문화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사투리를 놀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외쳐보자. "사투리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참 불쌍하군요!"


+ 귀여운 전라도 사투리 몇개

- (누가 사투리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 제일 먼저 알려주는 단어) "있냐 ~ " : 무언가 말하기 전에, 혹은 뜸을 들일 때

- "아따" : 남을 살짝 나무랄 때

- "긍께" : 그러니까

- "오메" : 여러가지 함축적 의미를 가진 감탄사, 희노애락 모든 감정 장착 가능

-"허버" : 허벌라게에서 파생된 것 같은데 굉장히, 매우라는 뜻으로 젋은이들은 허버 혹은 허뻐라고 씀.

ex. 포켓스탑이 허뻐많어!

- "~잉" : 주요 어미 ex. 그랬냐잉~, 해줘라잉~

-"~당께": 주요 어미2 ex. 내가 그랬당께, 이것 좀 보랑께


뭐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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