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인 Feb 06. 2024

[책]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24. 02. 06


#나개있음에감사하오 #독서


앞발 하나만 책 위에 올려 달라고 사정했는데 안 들어준다.


개들을 키우는, 키운 적 있는, 인연이 있는 시인들의 개에 대한 시 모음집. 이 책을 산지는 1년이 넘었고, 읽지 않고 책장에 보관해 두었다가 어쩌다가 이제야 꺼내 보았다. 아마도 개를 키우지 않은 채 이 책을 봤다면 덤덤하게 읽었겠지만, 개와 함께한 지 6개월이 되는 지금 이 책을 나는 쉽게 읽을 수 없었다. 시 한 편 한 편에 눈물을 참으며 혹은 흘리며 우리 강아지를 생각하며 곱씹으며 남의 강아지를 상상하며 한 편 한 편 집중하며 읽었다.


가끔 우리는 서로를 조용히 쳐다본다. 그때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치 "왜?"라고 묻는 것 같다. 그러게 말이다. 왜 나는 너를 볼 때 기분이 좋아지냔 말이다.


최근 강아지에 대한 내 사랑에 대해 글을 쓰다가 멈추었는데, 표현이 내 감정을 따라가지 못해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섣불리 글이 써지지 않고 있다. 내 강아지의 훌륭함을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내가 강아지에게 받는 것들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 이로 인해 내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강아지가 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를 이 세상에 알리고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글이 써지지 않았다. 이 시인들도 그랬겠지. 하나의 글 안에 겨우 담아냈지만 마음속의 모든 말을 꺼내기에는 한없이 부족했겠지.


세상의 모든 강아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강아지 또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을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할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운전석의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