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어라 부를것인가에 대해

by 김아인

언제부턴가 꾸준하게, 무기력함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울하다거나, 힘들다거나 이런 감정이 아니라 '무기력함', '의욕없음'이 종종 아니 자주 나를 삼켜버리는 것이었다. 이유가 뭘까, 왜 아무것도 안하고 유튜브로 아라시영상만 보면서 허송세월 하고싶을까.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아 책도 샀고, 읽으면 더 괜찮아질 것 같은데 왜 안읽어질까. 재미가 없어 이런 문제가 아니라, 일 하는것도 괜찮고, 사람들도 괜찮은데 왜 나는 이리도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을까.


사실 사는데 지장이 있는것은 아니다. 해야하는 일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지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방안을 지저분하게 어질러 놓는 것도 아니고, 잠을 못자거나 많이 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꾸준한 의욕없음이 나를 지배했고,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웠고, 내 스스로가 혼란스러웠다.


환경이 문제인가 싶어 내 방의 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방 때문에 제대로 쉬지못해 피곤해서 일어나는 문제인가 싶어, 읽고싶은 책들이 쌓여가는 것을 매일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 내 방의 문제인가 싶어 방의 구조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내 방의 큰 문제는 커다란 책상이었다. 책상이 너무 큰 자리를 차지하여 따로 쉴만한 의자 하나 두지 못하는 것이 계속 아쉬웠다. 하지만 책상을 다시 분해하여 버린다는 것이 너무 귀찮았다. 그런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책이나 소품을 정리하는 작은 변화들만 이루다가 안되겠다 싶어 작은 책상을 먼저 주문해버렸다. 내가 쓰던 책상은 사촌동생에게 넘기기로 하고, 아니면 버리기로 하고, 내가 쓸만한 작은 크기의 책상을 주문해버렸다. 주문하면서 암체어도 같이 주문했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싶어 일단 주문했다. 책이라도 먼저 읽고, 환경이 좀 달라지면, 의욕이 조금 생기지 않을까?


가구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어제 오늘 내 프레임 밖의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았다,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꽤 오랜시간 나는 우리의 비전,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한 고민을 하면서, 나를 설명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았구나. 나를 무어라 부를지 생각하지 않았구나. 대학원생의 타이틀을 마치고, 이년 가까이의 조금 긴 시간동안, 나는 나의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았구나. 내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가 불리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그것이 없어 이렇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구나. 무의식중에 할 수 있었던 '나'를 위한 활동으로 내 방만을 변화시켜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를 무어라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하고싶은 것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야 나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나를 호명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하면서, 나를 위해 일하고 있지는 않았다. 내가 나를 무어라 부르기 시작한다면, 조금 더 명확하게 내가 해야할 일을 찾고 더 주체적으로, 더 의욕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에게서)분명히 좋은 기운을 받았지만, 좋은 기운을 줄 수는 없었던 나를 반성한다. 이제는 나를 무어라 불러보겠다고 다짐한다. 우리의 계획에 '나'를 살짝 더 넣어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면 좀 더 괜찮은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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