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두(세)번째
또 한 번 수종사에 다녀왔다. 목적은 운길산역 근처에서의 엠티였지만, 겸사겸사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묵언'의 팻말은 여전히 그 곳을 지키고 있었고, 차는 향긋했고, 날은 좋았다.
이번엔 산길이 아닌 찻길로 올라갔는데, 엄청 가파랐다. 올라가는데 40분, 내려오는데 25분.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하여 꼼꼼히 체크하며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사실 걸어서 올라가는 것을 주저했다. 힘들게 올라가면, 또 힘들게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것 못지않게 내려오는 것도 힘들고, 오히려 더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저번 수종사 방문에서 깨달은 바였다. 한참을 망설이다 올라가서는 역시 오르길 잘했다고, 다 내려와서도 걸어서 다녀 올 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과정이 두려워 시작에서부터 주저하는 일들도 많지만(결국은 좋을거면서), 시작하고서 끝내지 못한 일들도 많다. 외국어 공부, 운동, 다이어트 등등... 등산이야 내려와야 집에 갈 수 있으니, 어떻게든 내려올 수밖에 없다지만 일상의 일들은 내려오지 않아도, 끝마치지 않아도 가족을 볼 수 없다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다.
지금 나에겐 특히 글쓰기가 그렇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쉬운데, 끝맺는 것이 너무 어렵다. 지금작가의 서랍에는 미처 끝내지 못한 글들이 여럿 잠들어있다. 섣불리 꺼내어 마무리하기가 버겁다.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짓는다는 행위가 요근래에 들어 힘들었다. 글쓰기가 등산처럼 되려면, 반드시 마무리가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반드시 그럴싸하게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조금 줄이고, 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줄이고.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고, 땀이 범벅이 되고, 헝크러진 머리에 꼬질꼬질하더라도, 결국엔 내려와 땅을 밟고 집에 갈 수 있다는 그 안도감 하나로 위안이 되는, 그런 글들을 써보는게 어떨까. 스스로 다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