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인 Nov 22. 2018

오키나와라면 괜찮을 줄 알았어 D-2

올 한해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가정사도, 직장사도, 연애사도 모두 (정말로) 좋지 않게 끝났고,

나는 한없이 우울했다. 그리고 우울한게 티가났다. 

우울한 나를 위해 대화를 해주던 교누가 당장 어디든 떠나라고 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내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끊기 위해

오랜 시간 밖으로 떠났다가 오라고 했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했고, 오키나와를 가기로했다. 리미도 갔고, 김보통도 갔고, 아무로 나미에의 고향인 오키나와. 처음 생각했던 만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는 최장기간의 여행계획이 탄생했다. 

고작 2주이긴 했지만. 이유는 나름 타당했다. 

‘H.O.T. 콘서트를 가야한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친구가 티켓팅에 성공해줬다. 얏호!)  


나름의 괜찮은 여행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교누가 태풍이 오키나와로 오고 있다는 뉴스를 카톡으로 보내줬다. 이름은 짜미고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이래. 그리고 지금은 여행을 떠나기 이틀전이다.  

괌에서 만들어진 태풍 ‘짜미’는 현재 서서히 북상해서 오키나와 근처를 향하고 있다.

9월 27일에는 오키나와 서쪽에 가까이 온다고 한다. 9월 27일은 내가 오키나와에 도착하는 날이다. 

나도가고 짜미도 간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몇일 전 친구가 “너 오키나와에서까지 무슨 일 있으면 넌 진짜 올해 안되는거다!”라고 혀를 찼는데 말이 씨가됐다 이놈아. 

나는 어떻게 될까, 나의 여행은 어떻게 될까. 

오키나와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키나와 땅을 밟을 수는 있을까. 

계속해서 내 인생 바깥의 무언가가 자꾸 나를 시험한다. 

이번 시험은 내가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아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18-09-25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