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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Nov 22. 2018

오키나와라면 괜찮을 줄 알았어 D+4

나의 준비는 괜찮았다. 

하지만 현실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 뿐

오카나와에서 나는 괜찮았지만

오키나와가 괜찮지 않았다


태풍 짜미가 떠난 다음 날

숙소를 이동해야한다

혹시라도 버스를 놓칠까 싶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세소코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버스 도착시간 15분 전이었다

버스가 온다고 했던 8시 50분

긴장된 마음으로 오는 버스들을 계속 쳐다봤는데

내가 탈 버스는 오지 않았다


급하게 구글맵도 찾고, 오키나와 버스정보도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핸드폰으로 찾아봐도 내가 있는 정류장도 맞았고

일요일 시간표도 맞았다


그래서 9시 10분이 지나 

9시 40분에도 온다는 검색 결과를 보고 다시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버스가 왔는데 내가 미쳐 보지 못하고 보내버린 줄 알았다

나와 같은 방향일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도 있었기에

더 안심했는데

그들도 같이 놓쳐버리고, 중국인들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9시 40분

이번에도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오지 않아

급하게 근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곳에 가면 뭐라도 있을 것이었다


가서 급하게 내가 갈 곳을 물어보자

오전 시간은 끝났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가는 곳, 모토부쪽으로 향하는 모든 고속버스가 운행이 중단돼 있었다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어떻게든 숙소 근처까지는 가야했기에, 

숙소와 가까운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급하게 탔다

나고 버스터미널


거기서 뭐라도 타면 세소코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근처까지는 갈 수 있었다

나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내가 타야 하는 버스를 확인하고

기사님으로 보이는 분께 물어봤다


대답은 그 버스가 이 버스, 이 시간이 맞지만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버스터미널이 멈춰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터미널은 정전이 나있었고

고요했다 


약 한시간가량의 시간이 있어서 

그냥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가

그냥 한 번 기다려보기로했다


비가 좀 내리더니

바람이 좀 불더니

날씨가 개는 것 같더니

다시 흐려졌다


결국 내가 타야하는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던, 버스터미널 입구에 서있던 택시로다가가

세소코섬, 이쿠라데스까? 하고 묻자

산젠... 정도라고 했다

삼만원이면 아주 땡큐였다 (최대 오만원까지 생각하고, 그 이상이면 걸어가버릴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걸어가면 세시간이었다.)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 가는데 길가의 나무들이 뽑혀있고 곳곳에서는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바로 직진하면 될 도로에서 두 번정도 길이 통제되어 옆 길로 돌아가야했다

바닥은 나무들과 흙으로 뒤덮혀있었다

도로가 복구가안돼 버스운행이 재개되지 않은 것이었다

왠지 기사님께 죄송했는데

앞에 기사님 프로필을 보니 32년생이셨다 

오잉 

85살이시라고????


겨우 도착한 숙소, 기사님이 왔던 그 험한길을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라며

연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고 

리셉션으로 행했는데


호텔 전체가 정전, 단수, 가스끊김(아마도...)의 상태였다

아직 날씨는 흐리고 체크인을 하고 그냥 너무 졸려서 짐을 대충 풀었는데

텀블러가 없다

내가 제주도에서 산 어두운핑크색의 텀블러

산지 한 달도 안된 내 텀블러

가방을 뒤지고 캐리어를 뒤지고

혹시나 싶어 침대 밑에도 보고 다 뒤져봤지만 없다

아 내 텀블러

아 내 텀블러~~~~ 하면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한시간가량 자고 일어나니 날이 맑게 개어있었다

바람은 좀 불었지만

햇빛이 나고 바다는 에메랄드 빛이었다



조금 돌아다녀봐야겠다 싶어 주변을 삼십분정도 돌았다 

작은 섬이었는데, 섬 전체가 정전인 듯 했다

작동하는 자판기가 한 개도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짜파게티 2개, 비빔면 2개, 컵라면 1개가, 김치가 단데

저것들 먹으려먼 따뜻한 물이 있어야 하는데


전기도 물도 없는 상황 

뭘 먹을 욕심은 없이 그냥 목이 말라 

리셉션에 가 물을 물어보니 먹을 물은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고 

다리를 건너 나가면 밤 12시까지 하는 마트가 있다고 했다 


아는데요.... 제가 차가 없어서....


그냥 참아볼 요량으로 알겠다고 하고 나가려는데 생수 한 병을 주더니

한 직원이 마트까지 태워다 준다고 했다


너무너무 고맙게도 마트까지 가서 먹을걸 사는데

맥주 8캔... 카라아케 1팩.. 식빵.. 우유.. 커피.. 과자... 

몇일을 버틸 수 있을 만큼 사버렸다. 


두 봉지에 담아 나오는데 살짝 민망하면서

적게 사는 것보단 적당히 사는게 나을텐데 

두 봉지나 사는게 좀 창피하기도 하고..


어쨌든. 

일본은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해가 한국보다 더 일찍 진다


지금 시간은 오후 7시

해는 졌고

방은 깜깜하고

노트북 배터리는 50프로 남아있고

핸드폰 배터리는 60프로 남아있다 


로밍해오길 정말 잘했다

안그랬으면 포켓 와이파이 충전 못해서 쩔쩔 맸을거야


오키나와 여행 겨우 4일차

또 어떤 스펙타클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1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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