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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Jan 18. 2017

책이 나를 찾는 곳 _ 최인아 책방

어떤 공간에 있을 때, 나에게 있어 그 곳이 좋아지는 첫 번째 요인은 음악이고, 두 번째 요인은 책장이다. 특히 카페에 가서 들리는 배경 음악이 내 취향이면 나는 단번에 그 곳이 좋아진다. 그리고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장이 있고, 심지어 그 취향들이 나와 맞다면 그 곳은 나의 베스트에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책장을 내 책장의 보충 자료로서 늘 사진으로 찍어오곤 했다. 


이곳이 그랬다. 배경음악도, 책의 취향도, 조명도, 화장실도(?) 모든 것이 좋았다. 서울에 둘러볼만한 책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던 차 알게된 곳이었다. 예정되어있던 만남을 내가 나서서 일부러 이곳에 잡았다. 분명히 그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선릉역 5번출구로 나와 쭉 직진하다 보면 이 간판이 우리를 붙잡는다. 여기 있다고, 그만 가도 된다고. 비록 일행은 못보고 지나쳐 갔지만. 

건물의 4층이다.
입구로 들어가자 보이는 광경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그 차분한 분위기와 커다란 책장, 책들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음악은 잔잔한 클래식인데, 영화 ost도 클래식 버전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러브어페어 ost가 나오던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허밍을 하고 있었다. 

입구 오른쪽에는 기획전시가 펼쳐있었다. 신영복 선생님. 마침 우리가 방문한 그 날은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주기가 되는 날이었고, 일행 중엔 그 전날 1주기 추모식을 다녀온 이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신영복 선생님의 제자이다.

우리는 한참 그 앞을 머물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방의 주인장(?) 최인아, 정치헌의 선후배 친구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꾸려져 있는 코너이다. 두 면이 이렇게 기획되어 있고, 위층은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그 무엇보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라고 머물게 되던 공간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한하는 영혼들에게'.(저요!!저요!!) 책 사이에는 책을 추천한 이와 그 이유들에 대한 안내서가 꽂아져 있다. 


책방 1층 가운데에는 사람들이 책을 볼 수 있게 탁자와 편안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보니 2층에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 서점이 아닌 책방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인 듯 했다. 



최인아 책방은 최인아, 정치헌이 만든 곳으로 강연, 토론회, 행사 등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oiinabooks/ <= 최인아 책방 페이스북 


한 켠에는 카페가 운영중이다.

지인, 책장 멤버들의 추천도서 코너 외에도 여러가지 주제별 추천 도서들이 비치되어 있고, 한 쪽 면은 천장까지 가득 그 외의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시, 소설, 에세이, 경영, 여행 등등.

내가 읽고 있는 책, 내 책장의 책들이 보일 때 반가웠다. 또 매력적인 책들이 굉장히 많아서 구매욕구가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집 안에 쌓여있는 책들을 생각하며 잠시 참기로 하였다. 


이 곳은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이다. 저 책들은 모두 새 책들이고, 파는 책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고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비록 책들을 조심조심 다뤄야겠지만(꼭!). 


보통 우리는 '책을 찾으러' 대형서점에 간다. 만약 책을 찾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길을 잃기 쉽다. 나 또한 대형 서점에서 온갖 베스트셀러에 묻혀, 신작들에 묻혀 갈 곳을 잃고 뱅뱅 돌다 지쳐서 나온 적이 여러번 있다. 하지만 이곳에선 '책이 나를 찾고' 있었다. 나에게 필요한 말, 생각, 문장들이 곳곳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 운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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