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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Jan 28. 2017

새로운 활자의 세계_ 아무책방

동대문 '아름답고 무용한 책방'

눈이 온 다음날이었다. 회기에 약속이 잡혀, 그 근처의 책방을 검색해 보던 중 아무책방을 알게 되었다. 아무책방, 풀네임은 아름답고 무용한 책방이라고 했다.


회기역 2번출구로 나와 휘경현대아파트를 목표로 열심히 걸어간 후, 아파트를 지나 골목을 계속 걸으면 나온다. 사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스마트폰이 있어 크게 헤매지는 않았다. 다만 정말 이런 골목에 책방이 있을까? 라는 의심을 쉽게 지울수는 없었다. 주소는 서울 시립대로 29길 29

 

책방을 찾아 가다가 만난 카페, 카페에도 들렸는데 책방과 47초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서로 구매자에게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듯 했다.


노란색 깜찍한 표지판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가게에 간판은 달려있지 않은, 다만 입간판이 나를 부르는 아무책방. 기존의 가게 외관을 그대로 쓰는 듯 했다. 이런 느낌의 빈티지, 좋다. 명조체로도 충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

내부는 정말 아담했다. 일부러 찾아온 나를 눈치채시고 사장님(?) 주인님(?)은 차를 권하셨고, 나는 염치없게도 뽕잎차를 선택해 대접받았다. 처음먹어보는 차였다. 맛있었다. 그리고 난로를 정말 빵빵하게 틀어주셨다. 매우 매우 매우 따뜻했다.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니,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이곳까지 오게되었고, 책은 모두 본인이 직접 선택하셨다고 한다. 약 800권의 책이 진열되어 있는 책방. 나는 주로 사회과학, 인문학책을 읽는 편인데 처음 본 책이 꽤 많았다. 한 켠에 진열돼있는 그림책 코너에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그림책이 있는 것도 반가웠다.


휴게소가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그림책 중 하나다.

그림책 한 권을 사볼까 하고 진지하게 읽다가....사진 않았고.

시집이 모여있는 책장에서 최인아책방에서 못찾았던 시집을 발견해 구입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대체 이런 아련한 문장은 어떻게 나올 수 있는거지.

대접받은 뽕입차 한 잔, 어느컵이었더라.......
타자기가 있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1인용 의자가 마련돼있었다. 선점하신 이가 있어 앉아보지는 못했지만, 집에 저런 의자 하나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책들이 정말 많았다. 새로운 세상처럼 느껴졌다. 내가 몰랐던 글자들, 작가들, 표지들.... 이 곳은 한 번 더 꼭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도 더 나누고, 낯설지만 반드시 좋을 책들을 추천받고 싶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자급자족프로젝트' 카테고리는 내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공간을 위해 공간들을 방문하는 방문기를 쓰는 곳이다. 자신있게 "이런 곳을 만들거에요"라고 말할 용기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지만 다만 '먼 훗날에 이런 일을 만들고 싶어요.' 라고 수줍게 혹은 세상물정 모르게 말하는 나에게 궁금한 것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고 또 찾아오라고 이야기해주셔서 기뻤다.

이 각박한 세상속에서(!) 가치있는 공간을 만들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그리고 내가 모르는 활자의 세계를 보여준 이 책방에도 무한한 애정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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