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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Feb 05. 2017

시가 흐르는 곳_청색종이

문래예술촌 청색종이

동네 서점들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누군가와 약속을 잡을 때, 가게 될 동네에서 가까운 책방을 찾아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이번엔 오랜 친구를 문래예술촌에서 만나기로 했다. 문래예술촌 구경과 함께 이번의 목적지는 시집 전문 헌책방 '청색종이'다. 시인 김태형씨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문래예술촌은 문래동에 위치한 공장가에 입주 시설 일부가 외부로 빠지고, 그 빈공간을 예술인들이 채우게 되면서 형성된 예술촌이다.(문래 예술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검색해보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술'촌'이지만, 크지 않고 골목골목에 공방, 카페, 식당 등의 공간이 숨어있다. 공장과 예술공간이 함께 섞여있는 공간, 참으로 재밌는 이었다. (문래예술촌은 2호선 문래역 7번출구로 나와서 5분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골목 곳곳에 숨어있으니 잘 찾아야 한다. (참고로 이곳은 포켓몬고 이상해씨가 많이 출몰하는 역!) 

지나가다가 찍은 금속들. 사진 포인트들이 꽤 있었지만, 불편하실까봐 많이 찍지는 않았다.

이 곳이 유명해지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고, 무분별한 사진 찍기가 문제가 돼서 곳곳에는 촬영을 자제해 줄것을 요청하는 안내판들이 있었다.

친구와 동네 골목 곳곳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점심을 먹고 서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점심은 칸칸엔인연. 인연을 찾는다는 중국어인가?

우리가 밥먹은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청색종이가 나온다. 여차하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밥 먹기 전에 지나갈 때는 불이 안켜져 있었는데, 다시 돌아오니 내부 불이 켜져있어서 들어갔다.

입구엔 김태형시인의 산문집과 곰인형이 우리를 맞이한다.


서점 메인에 자리잡고 있는 책장. 이처럼 귀여운(?) 인형이 곳곳에 매달려있다. 인형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점은 김태형시인의 신간을 비롯한 몇권들의 새 책들과 헌 시집들로 채워져 있다. 헌 시집들은 딱 봐도 오래되고 귀해 보이는 것들, 초판 시집같은 것들과 내가 시집 등이 있었다. 이 시집들을 모으기 위해서 시인은 여기저기 헌 책방들을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티거와 새 책들
옛 시집과 현대의 시집이 공존하고 있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보인다.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시집들.

솔직히 나는 시집을 좋아하긴 하지만, 즐기는 법을 잘 모르는 터라 익숙하지 않은 책들이 많았다. 나에게 시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책들 혹은 유명한 시인 -내 세대에게는 류시화, 박노해 같은 시인들- 의 시들거의 전부다. 그나마 김수영 문학관을 방문하고 궁금하여 김수영 전집을 샀으나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고, 얼마 전 김민정 시인의 시집을 사 더듬 더듬 읽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이 공간은 미지의 세계이자 하나의 도전과제 같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서점을 들릴 때마다 책 학원씩을 사오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책으로. 그래서 김태형시인의 산문집을 한 권 샀다. 책 제목은 '하루 맑음'. 책을 구입하자 책방지기님께서 대표님의 책이라고 소개해주셨다. ("그래서 살려구요."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가자 김동률의 노래를 틀어주셨는데 꽤나 책방의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서점 주인의 안목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들로 구성된 책방도 좋지만, 이처럼 한 가지 테마를 가지고 책방을 꾸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때, 문고판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방을 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우리나라 책들은 문고판이 잘 나오지 않으니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만 하고 말았다.


손때가 묻은 책들, 누군가의 이름과 메시지, 축하가 적혀있는 책들, 저마다의 역사를 가진 책들이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비록 시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순 없지만, 그 감성들과 단어들과 분위기엔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책방 구경을 마친 후 우리는 바로 건너편에 있는 꽃차 카페를 갔다. 카페 내부 디자인이 정말 맘에 들었다. (건물 외관은 깜빡하고 못찍었다.)


말로만 듣던 문래예술촌, 그 독특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예술성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시도 사랑하며 즐길 것-이라는 과제를 안고 탐방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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