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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Aug 14. 2019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Photo in 제주 사려니숲길

내게

잘 지냈냐고 물었다. 

어떻게 살고 있냐고 물었다. 

할 만하냐고 물었다. 


그 선배는 내가 궁금했었나 보다.

굳이, 곁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건네다가

내가 다가가 앉으니 각을 잡고 질문을 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20년간 본인은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힘든 적이 없었다고 했다.

뚜렷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살았다고 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20년 동안 힘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 

저렇게 바쁘게 사는데? 


종종 아니 자주 사람들은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김없이 아니라고, 그것은 니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한다. 

아니 어쩌라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서 오는 괴로움과,

감당하기 어려운 것에서 오는 괴로움을 이제 나는 구분할 수 있다. 

당장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 길로 가는 과정임을 이제 나는 알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할수록 

나는 그걸 이미 알고 있다. 

언젠가 반드시 했던 이야기대로 내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한 번씩 불쑥 다가오는 저런 질문들은 

반갑다. 

어쩌면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질문들. 

그러나 저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할 만해? 

아직은 할 만해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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