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유럽의 수도 ROMA

by eterno classic

나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9년을 살았다.

살게 된 계기는 유학이었다. 나는 성악 전공생(Tenor), 경남 창원에서 나고 자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대학에서 공부하였고, 이후 이탈리아로 자연스럽게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다.


처음 도착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우미치노 로마 공항, 그 낯설었던 땅에서 느껴진 공기는 달랐다.

수도권에서 대학 생활을 한 나는 항상 지하철 시간을 휴대전화로 확인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한 달리기를 하였는데 이탈리아는 달랐다. 누구 하나 뛰는 사람이 없었다.

아, 이거였구나!

뭔가 이질적인 기분은 바로 무언가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었다.


유학 첫해 음악원 입학에 실패하게 된 이후 나는 로마에서 밀라노로 유학 도시를 옮기게 되었다.

사실상 이탈리아 경제적 수도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밀라노는 한국의 서울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건물들의 배치와 모습뿐만 아니라, 도시를 감돌고 있는 느낌이 여타 메가시티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나는 1년간의 밀라노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로마로 내려갔고, 무엇인가 편안한 느낌이었다.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고, 그럴 경제적 &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인들이 살고 있는 공유 아파트를 월세로 구하게 되었다.

5차례의 이사 끝에 어렵사리 정착한 아파트에서 2명의 이탈리아 친구를 사귀게 된다. 파비오와 파우스토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었는데, 한 명은 화장품 외판원, 한 명은 시 공무원이었다. 이 둘과 함께 살면서 나는

처음 로마에 도착했을 때 나를 감싸고돌던 그 기운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속 한 장면엔 주인공이 로마 미용실에서 이탈리아 사람을 통해
듣게 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Dolce far niente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달콤함)
"돌체 파르 니엔떼" 발음도 예쁜 이 말 하나에 로마의 느리게 가는 시간이 담겨 있다.


바로 여유였다. 삶을 대하는 여유로움이 이탈리아 사람들 생활 곳곳에 묻어 있었고, 어느덧 나도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삶의 리듬과 동화되어 가면서 가끔 마주치는 한국인들을 피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였다. 약 2시간 동안 하루를 이야기하면서 느리게 먹는 저녁도 좋았고(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시간, 보통

가족과 함께 한다) 약 30분에서 1시간 동안 매일 즐기는 산책이 좋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집 아래 단골 바(Bar)에 가서 마시는 카푸치노 한 잔은 마치 나 자신이 유럽 중세 시절 어느 귀족이라도 된 기분을 들게 하였다. 가끔 친구들을 따라 결혼식에도 같이 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놀라웠다. 정오에 시작한 결혼식은 자정까지 끝나지를 않았고, 도대체가 사라지지 않는 음식들은 끝도 없이 나왔다.


이후 이스라엘부터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까지 유럽에선 거의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국가를 다니게 되는데 이때 배운 여유로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조금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큰 자산이 되었다. 그 이탈리아 친구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나누고 있다.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물질적인 액수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마음과 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다. 나의 9년간 해외 체류 시절 얻은 가장 큰 재산은 성악적 기술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 즉 여유로움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보시는 당신의 삶이 항상 여유로운 순간들로 채색되길 바라며...


2024년 07월 05일(pm 5:10) / 푸른 초원이 보이는 무더운 여름의 초입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