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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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항동 저수지

항동철길을 따라 걸어가면 푸른 수목원이 나타난다. 따뜻한 날에는 푸른 식물이 즐비해 생명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춥고 눈 내리는 날은 감성적인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과거 이름은 항동 저수지였다.


어린 내가 보기에 저수지는 마치 바다와 같이 넓어 보였다. 여름에는 낚시하는 아저씨들을 구경했다. 저수지 반대편으로 건너가면 온통 논밭이었는데, 그곳에서 메뚜기와 귀뚜라미 그리고 올챙이와 개구리를 잡으며 놀았다. 겨울에는 꽝꽝 얼어붙은 저수지에서 썰매를 타고 질주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시골 아이들과 다름없는 유년을 보냈다. 무덤은 놀이터였고, 벌레와 파충류는 장난감이었다.


나의 고향은 서울이다. 맑은 공기와 좋은 소리가 울려 퍼지던 곳이다. 집에서 15분은 걸어가야 작은 소매점이 나타났다. 시끄러운 자동차 엔진과 경적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의 서울과는 너무도 다른, 서울이라기엔 굉장히 후미진 그곳은 나의 고향이었다.


무례한 사람들이 김밥처럼 가득 들어있는 전철이 힘겹다. 배려 없고, 양보 없는 도로가 싫다. 매캐한 공기만 가득한 지금의 서울에는 좀처럼 정이 가지 않는다. 고향을 사랑하는, 그러나 서울을 싫어하는 역설적인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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