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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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어머니

우리 집은 대식가 집안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영면에 들기 일 년 전에도 우리보다 많이 잡수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니다. 어머니는 늘 조금씩 자주 섭취하셨다. 어머니가 하루에 다섯 번의 식사를 한다고 해도, 아버지에 비하면 한 끼 정도의 양이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늘 8인분의 음식을 해야만 했다.


아버지와 누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까다롭지 않다고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나는 같은 음식을 다음날 또 먹는 게 너무도 싫었다. 그게 입에서 허락하질 않았다. 어머니는 사골을 조리해야 될 것 같은 대형 솥에 모든 찌개와 국 종류를 조리하셨다. 나는 늘 그 양에 압도되었고, 질린 표정으로 한 소리 했다.


"엄마, 누가 찌개를 이렇게 끓여. 이걸 언제 다 먹어."


솥은 하루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으로 철이 없었다. 고기를 좋아하고, 같은 음식을 두 번 먹기 싫어하는 아들 때문에 어머니는 매번 골머리를 앓았다.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해야 하나, 밥상으로 남편 눈치도 안 본 어머니가 아들의 눈치를 보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불쑥 내게 진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너 때문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렵다, 어려워."


혼자 살면서 가장 큰 고민은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이다. 내 입 하나에 넣을 음식을 고민하는 일이 너무도 어려워 참치통조림 하나로 대충 때우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다. 심지어 집안일이 많을 땐 냉동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기도 하는데, 그게 몇 주 동안 지속된 적도 있다. 같은 음식을 또 먹는 건 싫지만, 귀찮음을 타파하고 살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투정 부릴 사람이 없어서 그냥 먹는 수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런데 어머니는 늘 넷의 입을 걱정하셨다. 성격도, 입맛도 다른 벌어진 네 개의 입을 만족시켜야만 했다. 어머니는 그런 일을 오랜 세월 동안 덤덤하게 수행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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