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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누나를 낳고도 바로 집안일을 수행했다. 말 그대로 수행이었다. 인부들의 작업과도 같은 집안일에 어머니는 점점 야위어갔다. 시부모와 그에 딸린 식구 8 그리고 아버지와 본인까지. 매일 12인분의 밥을 차리고, 빨래해야 했다. 중심이 되는 반찬은 똑같은 것을 내놓을 수 없었다. 친가는 같은 음식을 두 번 이상 먹지 않는 고약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고모 7명의 생리 팬티를 어머니가 직접 손빨래하고 삶았다. 어머니는 그 집에서 식모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와 누나는 어쩐지 아버지가 미워졌다.
아버지 또한 그들을 위해 삶을 바쳤다. 아버지와 막내 고모의 나이 차이는 20살이다. 아버지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큰고모와도 4살 차이가 났다. 개인의 꿈을 접어두고 가정을 위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계실 때 얼굴도 들이밀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계속해서 그들을 보고 싶어 하는 아버지가 애잔했고,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어머니는 그들은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그들을 금수라고 칭한다.
어머니는 그 집에서 제사 4번 차례 2번도 지내야 했다. 그 중노동을 혼자서 감내했다. 어머니가 한 음식인 걸 알고 있는 고모들은 음식의 맛을 나쁘게 평가했다. 그러나 작은어머니의 음식에는 칭찬 일색이었다. 그 음식도 전부 어머니가 했다는 걸 모르는 머저리들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설날과 추석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고모들은 하나둘 나타나는데, 어머니는 왜 본인 집으로 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음식을 하는 것인가? 그들도 전부 시댁에서 친정으로 돌아오는데, 왜 어머니는 친정으로 가지 못할까. 어째서 항상 21시~22시의 깊은 밤이 되고서야 그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나와 달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천성이 바른 사람이다. 남에게 해 끼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타인의 슬픔에 깊은 공감을 하며 눈물 보이는 그런 성인이었다. 금수들에게도 나쁜 소리 한 번 못 하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