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고독할 필요가 있다]를 읽고 에세이 2부

<16화> 다섯 번째 지리산 명상 - 구영회 지음.

by 박진권



[다시 혼자 놓인 제자리]

[1] 별일 없는 평온한 하루의 한가함은 자책으로 다가왔고 이내 몸을 움직이게 한다. 사소한 방 청소를 하고 가벼운 산책을 나간다. 산책 중간에 멈춰서 식물을 바라본다. 작은 생명들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물론 들리지 않지만 힘차게 살아내는 것을 느낀다. 식물의 색감과 생기를 통해 오늘 하루도 힘차게 연소해본다.




[2]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일단은 치우는 게 답일지도 모른다. 회피가 아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그 문제는 즉시 정리될 수 없으니 일단 눈앞에서 옮기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다시 만끽할 수 없는 하루를 쓸데없는 곳에 허비하는 것은 끔찍한 낭비다.






[오늘 하루 일기]

[1]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 중 하나는 바로 도서 구매다. 책을 살 때 오는 흡족함은 연인과의 첫 데이트를 닮아있다. 책을 보기도 전에 이미 설렘이 뇌리를 강타한다. 방금 산 책의 겉면을 훑을 땐 망설이게 되며 혹시라도 상처가 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책에 처음 표시를 남길 땐 희열이 뒤따르고, 그 충만함에 취해 정신 못 차리고 읽고 쓰다 보면 어느새 절정에 다다른다.




[2] 마냥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위태롭다. 둘 다 서로의 극점에 닿아있는 위험하고, 위태로운 것이다. 물론 중도에서 잘 섞여 가끔은 새롭게 또는 보수적이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세상에 중도는 없다. 결국 어느 한쪽으로는 치우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역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짧은 식견으로 견해를 밝히자면, 그때마다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는 게 스스로에게 옳은 행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욕심을 가득 안은 채 심술부리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결국 이루고자 하는 꿈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타심이 조금이라도 섞인 신념을 갖고 걸어간다면, 가끔은 치우쳐도 좋고, 나태해도 괜찮다.






[생일]

[1]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 어떻게 챙겨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누군가 나를 축하해 주는 것이 부담스럽다. 어떤 이는 그저 감사하면 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주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고, 받은 것이 있으면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나는 그런 게 참 어렵고, 주체스럽다.




[2] 혼자라는 생각이 나를 홀로 남게 만든다. 매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돌아보지 못하고, 감정에 매몰되어 다시금 단신임을 상기한다.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친구의 말이 내 가슴속에 있던 종을 힘차게 내리쳤다. 나는 독서 친구가 부족하다 말했으나, 그는 이미 생긴 좋은 인연들을 나열하며 충분하다 말했다. 언제쯤 작은 행복을, 옅은 인연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손님]

[1] 시간은 아름다울수록 꿈과 같다. 그 황홀한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게 맞는지 계속 생각한다. 왜 나에게 이렇게 행복한 일들이 연속되어 가는지 알 수 없는 기분에 두려움도 깃든다. 그럼에도 그 말랑한 느낌이 싫지 않아, 오늘도 예쁜 시간을 만끽한다.




[2]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는 오만한 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게 이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변하고, 변한 자신을 원래의 나로 돌이키는 것은 어렵다. 심지어, 아무리 노력한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변모한 스스로를 인정하려 노력한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면, 지금 자리를 갈고닦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마법의 멜로디]

[1] 어릴 때부터 애타게 원했던 소망들이 모두 이루어졌다. 서로 상충되는 희망들은 이내 불행으로 변모하기도 했지만 모두 다 내가 원한 사건임이 확연했다. 반박할 여지없이, 행복과 불행 전부 스스로 만들어냈다. 생각하지 않으면 없는 일이 되었고, 사색 없는 행동일지라도 이내 눈앞에 나타났다. 소망이 희망이 될지 원망이 될지는 다 내 선택에 달려 있었다.






[인연이라는 것]

[1] 인연은 어떤 말로도 정의 내릴 수 없다. 평생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사람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고, 이번 생 가장 친한 인연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곁에 없다. 세상 혼자 사는 것이라 생각하며 냉소적인 마음이 깃들어 녹을 줄을 몰랐을 때 나타난 인연은 나에게 다시금 따뜻함을 알려주었다. 알 수 없고, 알아낼 필요 없는 긍정적인 관계들이 다시금 나를 걷게 했다. 혼자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입동 대길]

[1]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상대에 따라서 그 일이 쉬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따뜻함의 유지를 이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이 또한 스스로의 잘못일 수도 있기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사실 털어놓고 싶은 생각도 전무하다. 꽁꽁 숨긴 그들의 내면을 직접 풀어헤칠 정도로 한가하지도 않다. 그렇게 또 잃게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당장 나에게 호감과 선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베풀 인정도 부족한데, 그들에게 나눌 감정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1천 킬로미터 당일치기]

[1] 유난히 밝고 둥그런 달이 나를 비춘 어느 날 부음이 들려왔다. 참담한 마음을 부여잡고, 유가족을 만나러 갔다. 고인과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었으나, 유가족과는 친분이 있었다. 어리디 어린 한 생명이 저물었다. 하늘이 있다면, 왜 그렇게 야속한지 여쭙고 싶었다.


유가족에게 무엇을 전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경험상 그 어떤 말도 위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로가 된 행동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아저씨의 포옹이었는데, 나는 용기가 없어 유가족을 안아주지도 못했다. 유가족의 넋 나간 표정과 실없이 나오는 어색한 웃음 모든 게 당시의 나와 겹쳐 보였다.


얼마 후 조문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00시가 훌쩍 넘어 세상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유난히 밝고 둥그런 달은 아직도 나를 비추고 있었다. 착잡함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첫눈 내린 날]

[1] 무심하게 살아간다는 게 아직은 두렵다. 타인의 잔소리와 흉흉한 소문에도 의연하게 지나친다. 나를 향해 날린 독화살도 두렵지 않고, 그 화살촉이 생생히 보이는 게 기묘하지 않다. 마주친 적 없는 악설의 향연이 들려오기도 하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생채기 하나 없이 굳건하다.


이처럼 부정적인 것만 흘려서 내려보낸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부정의 급물살에 긍정도 같이 떠내려가는 것이 동공에 뚜렷이 각인되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점점 더 무뎌지는 게 조금은 걱정스럽다.






[구들방에 햇볕 든 날]

[1] 방 안으로 햇볕이 내리쬐기 전에 눈을 떴다. 겨우 벌어진 눈을 아직 어두운 밖을 응시하는 데 사용한다. 집어삼켜질 듯 어두운 밖을 바라보며 상체를 세운다. 이내 시선을 떨구고 다시금 눈을 감는다. 작은 행동을 할 때마다 들려오는 이불 소리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살짝 연다. 새벽의 냄새가 훅 하고 밀려 들어와 반쯤 떠진 눈이 조금 더 커진다. 정신을 차리고 이부자리를 개키며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깔끔하게 개어진 이불 위로 다시금 몸을 던진다. 그렇게 천장을 보며 생각 없는 생각에 잠긴다. 어떤 것도 떠올리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만끽한다.






[고독을 지키다]

[1] 인생의 행복은 절대로 돈에서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 최소한이라는 말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내 시간을 온전히 다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액수도 저마다 다를진대 어떻게 행복이 돈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을까.


꼭 돈이 있어야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놓았다면 굳이 돈이 많지 않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쯤은 당연하게 할 수 있다. 이것저것 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비싼 차를 사고 싶으며,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을 테다.


돈도 행복도 결국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적정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넘어 탐욕이 넘실거린다면, 결국 화를 부를 게 자명하다.






[귀한 사람]

[1] 가족을 제외하고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문득 나를 떠올렸을 때 웃음도, 울상도 지으며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워도 하는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이라고 있었으면 한다. 그러한 연은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 테지만, 노력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2] 험담이 문화가 된 저들의 능욕 담긴 입담에 몸서리 쳐진다. 타인을 모욕함에 있어 자신들에게 어떤 득이 있나. 모독의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분노만 남을 것이고 그 분노는 절대 사그라들지 않고, 언젠가는 그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타인을 괴롭힌 만큼 그들 또한 천천히 세상의 끊임없는 멸시를 받을 게 분명하다.




[3] 고통은 시간을 앗아갈 때 시작된다. 내 시간은 조금도 존중해주지 않은 채 자신의 쓸데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의미도 없고, 정리도 되지 않은 그 말들이 내 귀를 타고 뇌로 안착되는 게 느껴진다. 시간이 아깝다. 더욱이 긍정적인 말만 들어도 촉박한 시기에 부정적이고 남을 폄하하는 말들만 내뱉는다. 순전히 남을 욕하기 위해 포말을 타고 나타난 역겨운 말의 파도는 절대 내가 원하던 바다가 아니다.






[성실한 고독]

[1] 써도 써도 끝이 없는 글들의 향연에 스스로도 놀랍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여러 단어들이 줄 지어 생성되고 이내 문장이 되어 한 편의 산문이 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조금 더 성실하게 써내려 가다 보면 더 의미 있는 글들이 써질까. 기대를 거듭하며 써 내려가는 글에 만족감이 피어난다. 아무리 못 쓴 글이라 해도 결국은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내 자식과도 같은 작품들이다. 뿌듯함이 개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잘 걸러진 고독]

[1]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껄끄럽지 않은 관계가 있다. 언제든 만날 약속을 잡아도 껄끄럽지가 않다.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느끼는 소모적인 감정이 그들에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야속할 지경이다. 친하다 말하기엔 조금 이르지만, 누구보다 편안함을 안겨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산골의 밤 그리고 나]

[1] 밤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때문에 쉬이 잠을 청하기 어렵다. 덕분에, 책을 더 읽거나 새로운 글을 쓰기도 한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망상을 글로 나타내어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보기도 하는데,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낸 밤에는 깊게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애당초 근본 없던 생각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독서에 더 집중하게 된다. 피로는 원 없이 누적된 채 읽고 쓰다 지쳐 잠드는 밤은 반복된다.






[지금 여기에 놓일 뿐]

[1] 사랑 덕분에 가슴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과 아린 것 같기도 한 느낌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테니 딱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과연 상대의 '병'까지 옮은 사람이 있을까.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그렇다.


나는 단 한 번도 심장에 문제가 있던 적이 없다. 평소에 운동도 많이 하고, 술은 잘 먹지도 않으며 담배는 끊은 지 오래다. 그런데, 갑자기 심장이 발작하기 시작했다. 쿵 쿵 덜커덩 쿵 쿵 덜커덩하고 말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박자였다. 타인의 심장소리를 자세히 들어본 경험은 태어나서 단 한 번밖에 없는데, 그 사람의 심장 박동이 그러했다.


'허허, 부정맥도 옮나?' 당연히 그런 일은 없다. 그저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에 놓여 있고, 수면장애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긴 부정맥일 테다. 숙면만 취해도 사라질 증상이다. 그런데, 사랑했던 사람의 병까지 옮을 수 있는 기이함은 그거대로 꽤나 로맨틱하다. 다음 소설의 소재로 써야겠다.




[2]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잊어야 하는 것을 잊지 못한 채로, 잊어선 안 되는 것을 잊은 채로 말이다. 눈을 감고 사색을 한다. 지금 걷는 이 길들이 내게 어떤 것을 가져다 줄지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무조건 얻어낼 수 있다는 근본 없는 믿음은 없다. 반대로 무조건 얻지 못한다는 절대적인 부정도 없다. 그저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고 싶다. 아등바등 살아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타인도 흘러가는 모양 그대로 두고 사라지게 하고 싶다. 굳이 양동이를 들고 와 그들을 억지로 담아내 소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알 수 없는 삶의 흐름]

[1] 계획한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허술하고, 방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니까, 이렇게 돼도 좋고 저렇게 돼도 좋은 계획을 말이다. 평생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읽고 쓰기다. 그리고 중간에 곁들여서 하고 싶은 일은 사랑하고, 이별하기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 보내는 것과 혼자서 유유자적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길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여생이 없을 수도 있다. 계획이라는 게 그렇다. 어떤 작은 변수로 인해 모든 게 송두리째 달라지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계획을 하는 이유는 적당한 계획은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유가 희미해질수록 내 삶의 의미도 옅어진다.


나는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의미와 이유 그리고 사랑과 이별만 있으면 한평생 살아가는데 그만큼 즐거운 것도 없을 것이다. 행복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별 수 없다.






[석양을 엿보다]

[1] 종착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했다. 가져야 직성이 풀렸으며 이겨야 오기가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살다가 전환점을 맞이한 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그동안 살아온 과정이었다. 그 과정들로 인해 참담한 결과를 맛본 나는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렇게 과정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하루가 지나고, 한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지금이 지나가면 과거가 만들어지고 과정이 생성된다. 하루를 더 뜻깊게 그리고 소중하게 대하면, 결국 과정들에도 영롱한 빛이 머물게 된다. 그렇게 잘 빚어진 과정의 길 끝에 찬란한 종착지가 있을게 자명하다.






[조금 먼 소풍]

[1] 평일 밤 문득 별이 보고 싶어 가평의 쌈지공원으로 향했다. 115km 정도의 꽤 먼 길이었다. 혼자 가기에는 조금 적적한 터라 지인 두 명을 불러서 억지로 끌고 갔다. 덕분에 적적하지는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구불구불한 가평의 산길이 짐작했던 것보다 불편했고, 큰 집중을 요했던 것이다.


높은 집중도에 눈이 뻑뻑해졌고, 구불한 길 때문에 시간은 지체되었다. 피곤함은 배가 되었고, 밤 산책을 너무 멀리 나왔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마저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날씨도 흐린 게 별이 보일 것 같지 않았다. 같이 간 지인들이 없었다면 진작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도착한 쌈지공원의 밤 풍경은 아득했다. 빛이라고는 월광뿐인 공원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곧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기에, 아득하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사용할 표현이 없다. 자칫하다간 이곳에서 모든 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아찔한 망상도 떠올랐다.


날씨가 흐려 별은 몇 개 보이지도 않았음에도, 만족스러운 조금 먼 밤 산책이었다.






[서울 나들이가 줄어든 이유]

[1] 아찔한 여름을 같이 보내고, 포근한 겨울을 같이 이겨낼 사람이 없다는 게 내 우울의 한 부분이다. 마음 한 편의 공허함이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고 웃고 떠들어도 그때뿐, 집에 돌아와 혼자가 된 나는 여지없이 구멍 뚫린 심장 없는 양철 인형이다.






[고독이 주는 선물]

[1] 고독을 통해 내면을 바라본다. 내 안을 직시했을 때 비로소 평온이 찾아온다. 그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 그 누구도 찾지 않는다. 그렇게 단 몇 시간이라도, 고독을 음미한다. 이제는 고독이 두렵지 않다.






브런치.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