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권
모든 사람을 설득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의견이 100에 수렴할 정도로 맞고, 다른 사람의 견해가 0에 수렴할 정도로 틀린 상황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사회에는 분명 현명한 사람이 존재한다.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고, 허황하지 않으면서 흡입력 있는 말을 전하는 성인, 나는 그들을 현자라고 부르고 싶다.
글 박진권
무능한 사람일수록 험담의 말을 좋아한다. 그들에게 진지한 말은 독약과도 같아서 무시하거나 조롱하며 그 진중함을 털어내고, 훼손한다. 이 글의 제호처럼 가장 현명한 대처는 그들과 말하지 않는 것이지만, 사회생활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불편해도, 싫어도, 심지어는 미워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오고 가는 맥락이 실종된 상태의 대화는 그저 개인의 난사일 뿐이다. 얼굴만 맞대고 있을 뿐 이해하려는 태도는 조금도 없다. 그들과의 대화는 주는 것과 받는 것 없이 울화만 쌓인다. 그것을 대화라고 본다면, 이유 없는 맹목적 비난도 대화의 한 축에 속해야 할 것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와 꼭 말해야 한다면 선행되어야 할 게 있다. 바로 문서화 작업이다. 그들이 발뺌할 수 없고,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반복된 문서화다. 대화는 뜬구름과 같아서 거듭할수록 수렁에 빠지기 마련이다. 자기의 말도 기억하지 못하고 휘발되기 십상인 게 사람의 말이다. 그렇기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와의 담화 이전에 꼭 해야 할 작업은 ‘문서화’다. 불편하겠지만, 매번 그렇게 하는 게 옳다. 그래야 사후 귀찮은 일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가장 행복한 전개는 문서로서 대화를 끝내는 것이다.
무능한 사람과 치고받고 싸우는 것은 절대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정신의학적으로도 미러링은 치료 방법 자체로 삼지 않는다. 즉, 현대에 유행하는 거울 치료는 없는 말과 같다. 대중 심리학적으로 해석해도 이것은 갈등을 조장할 뿐 해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양극화와 혐오의 심화를 불러온다. 미러링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일반 대중들은 대상자와 행위자의 차별점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끝에는 둘 다 똑같은 이상한 사람으로 기피의 대상이 될 뿐이다.
다투고 싸우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잘못할 확률은 거의 없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험담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과 당신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무능한 사람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에게 화내지 않는 것이다. 그들과 나의 다름을 입증할 때 능력으로 나타내는 방도도 훌륭하지만, 그것 또한 보는 사람, 상황,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누가 봐도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들과 똑같이 열 내고,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안 좋은 모습에서 내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행동은 그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다. 지성의 가장 큰 대항마는 또 다른 지성이 아닌 무지성이다. 무지성의 대항마는 똑같은 무지성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가장 혐오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것이다. 미러링은 단기적인 관계에서만 효과적이다. 계속해서 무지성을 흉내 내고 반복한다면, 결국 당신도 똑같은 것으로 변모할 것이 분명하다.
어리석은 자, 바보에 대해 자신의 분별력을 보여 줄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달을 것이다. 그 방법이란 그들과 말하지 않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