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최근 백종원을 둘러싼 논란은 연일 화제를 모으며 그의 철옹성 같은 명성과 신뢰성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른바 ‘백적백’이라는 식의 과잉 프레임과 정서적 낙인이 과연 정당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대중은 비난이 목적이 된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마녀를 만들어내 개인의 사욕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대중의 입맛에 맞게 신랄한 비판만을 작성할 수도 있겠지만, 도저히 그러기 어렵다. 나는 기본적으로 냄비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의 철학도 아주 조금의 줏대도 없이 그저 ‘욕하기 위해’ 비난을 일삼는 대중을 혐오한다.
글 박진권
빽햄, 사실만 말하자면 그 가격에 먹고 싶은 햄은 아니다. 하지만, 백종원 개인이 아닌 회사 더본코리아가 개발한 제품이고, 이것은 한돈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산 돼지고기의 소비를 늘리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개인적인 입맛과 가격 책정에 대한 비판은 회사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방송을 악용했다, 말장난으로 무마했다’는 식의 일차원적인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빽햄의 홍보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아닌 개인 유튜브 채널과 자체 매체에서 주로 홍보되었기 때문이다. 과장 섞어 모든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중파 예능과 유명 드라마에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상품을 밀어붙였던 사례와 비교하면 오히려 자제된 편이다.
더본코리아가 코스닥 상장 이후 겪고 있는 주가 등락과 프랜차이즈 운영의 잡음 역시 모든 책임을 백종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유명 때문에 오너리스크를 과하게 적용하는 게 아닐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을 욕할 때마다 항상 수장의 목을 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백종원의 태도와 화법은 상장 이전부터 똑같았고,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이제야 갑자기 인성과 말투 논란까지 튀어나오는 것은 비난의 급류에 감정적으로 휩쓸린 게 아닐까? 심지어 백종원의 말이 회사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된다는 식의 연결은 굉장히 비약적이다. 상장된 회사는 개인만의 의지로 일을 진행할 수 없다.
특히 연돈볼카츠 폐점률을 근거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강조하는 시각도 다소 일방적이고, 일차원적이다. 해당 브랜드는 철저히 한정된 조건과 콘셉트 하에 가맹점을 열었다. 오픈 당시부터 고위험 고수익 구조임을 안내했으며, 성공한 점주들과의 차별화된 운영 방식에 따라 성패가 엇갈렸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창업 브랜드가 일정 비율의 폐업률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단지 수치를 강조해 사기성 창업인 양 몰아가는 건 자극적인 해석에 가깝다. 애초에 요식업 창업이라는 것 자체가 ‘완전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분야가 아닌가.
물론, 방송에서의 이미지와 실제 사업가로서의 행보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일정 부분 타당하다. 보편적으로는 그렇게 해석하는 게 맞겠지만, 여태껏 백종원이 방송에서 쌓은 이미지는 결국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수많은 지역 축제와 농가가 판로를 넓혔다는 실적도 분명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방송 이미지로 구축된 신뢰를 사업에 활용한 셈이며, 이는 수많은 유명인 사업가가 취하는 전형적인 경로다. 문제는 그 방식이 아니라, 그것이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지가 관건이다.
백종원은 상장 직후 ‘더본 뉴스’라는 사내 언론을 만들며 오너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기업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자각했다는 방증이다. 물론 ‘아유, 제가 오너리스크가 있을 리가 있겠어유’라는 발언을 비판의 도마에 올린다는 것은 과장된 비난 요리다. 이는 유머 섞인 언사일 뿐 무책임의 증표로 보긴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녀사냥식 몰아가기보다는 냉정한 사실 확인과 책임의 분리다.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피해는 당연히 더본코리아의 책임이다. 백종원이 오너로서 할 일은 그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감정적인 프레임으로 낙인찍어 사장 시킬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감정적으로 또는 재미로 백종원을 비난하는 것은 그 뒤에 있는 모든 점주의 가슴에도 비수를 꽂는 것과 다름없다.
백종원은 단순한 방송인이 아닌, 대한민국 요식업 기업의 대표이자, 국내외 외식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온 실력자다.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여전히 지속되어야 하는 게 맞다. 사실을 근거로 둔 검증적 비판은 더본코리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개인적인 정서적 배신감을 바탕으로 한 인신공격이 되어선 안 된다. 개인의 실망은 증거 자료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시민, 여론, 미디어 재판은 정당한 비판을 넘어 인격 말살과 사회적 매장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중의 극심한 혐오 표현과 조롱 그리고 사생활 침해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행해야 할 일은 아니다. 물론 현 상태의 백종원은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조금 더 객관적이고 냉철한 비판이 필요할 때다.
*이 글은 백종원을 옹호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틀린 정보나 수정할 사항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적극 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