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낯선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진정한 여행이고 경험일까. 한 방송에서 박명수는 다른 나라에서 놀고먹고 즐기는 여행은 경험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땀 흘린 노력만이 온전한 경험으로 남는다는 논지를 설파했다. 경험으로 남지 않는 즐기는 여행은 정말 쓸모없을까? 나에게 여행이란 처음 가보는 곳이 아닌, 익숙하지만, 늘 새로운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 여행은 익숙함에 지루하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지루함과 따분함과는 사뭇 다르다. 함께 먹고, 걷고, 앉아 있다가 구경하면 그 익숙함을 완전히 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여행이란 무엇인가.
글 박진권
소설과 시를 쓰는 사람들은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문에 있어서 경험의 양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필력과 깊은 사유다. 사유 없는 경험은 의미 없이 보낸 시간과 같으며 뜻 없는 머리에서 글이 나올 리 만무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글 쓰는 사람에게 본인만의 월든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꼭 무분별한 여행일 필요는 없다. 여행책을 쓰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바로 사고의 확장이다. 완전히 다른 곳, 어쩐지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꿋꿋하게 풍경을 관찰하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다. 단순하게 쾌락만을 위해 쾌락의 길만 좇는다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가야 할 이유를 찾은 채로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깊게 사유하며 걷는 걸음은 내면의 세계로 향하는 한 걸음이 될 수 있다. 혼자여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값진 경험이 된다.
여행이란, 단순한 재미일 수도 내면의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고행일 수도 있다. 이중 더 우월한 것은 없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그대로 행하는 여행이 더 긍정적이겠지만, 여행 자체가 부정적이긴 어렵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눈으로 담는 일은 언제나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벌이에 맞지 않는 곳으로 향하는 여행이라 해도 분명 남는 것은 있다. 출발할 때 상기된 감정과 도착 당시의 후회 그리고 귀가 후 남는 여운을 아무것도 아닌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행에 정답은 없다. 그저 내가 좋고, 만족했으면 그만 아닌가. 그러나 자신만의 여행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게 얼토당토않고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