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 스파티필룸, 스노우 사파이어, 호야를 키운 지 6년이 흘렀다. 사실, 키웠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딱히 한 게 없다. 물주는 방식도 겨울엔 2주, 여름엔 1주에 한 번으로 채택한 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나무 막대로 흙을 찔러보거나, 잎 상태를 확인하는 등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손을 거의 대지 않고도 쑥쑥 자라는 애들을 보면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처음 식물을 들인 이유는 단순하게, 녹색이 좋아서였다. 또 자연 일부분을 집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더해서 공기 정화까지 된다고 하니, 값을 치른 것에 정당성마저 부여된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키워보니 가장 좋았던 것은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였다. 가만히 있는 식물을 바라보면, 끊임없이 떠들면서 귀찮게 하는 모든 것들에서 해방된다.
식물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앞날이 그려진다. 미래를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가야 할 길과 어떤 방식으로 걸어야 할지 알게 되는 것이다. 불투명한 결과가 두려워지고, 현재 걷는 길이 고달플 때마다 식물 앞 안락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을 주시하거나 식물을 감상한다. 퇴근 후 유난히 피로한 날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식물 앞에 앉아 몬스테라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잠이 오지 않는 야심한 밤엔 황색 조명에 의지한 채 안락의자에 앉아 독서에 빠진다.
식물은 말하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는다. 애교가 없는 대신 화도 없다.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것도 없다. 혐오의 표정과 말로 외부에 탁한 기운을 발산하는 대신 묵묵하게 주변을 정화한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나를 재조립하는 것과 같다. 부정적인 마음을 반추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혐오를 내려놓고, 피해의식을 잠재운다. 스스로 완벽하지 않듯, 타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식하며, 인생 그 자체가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