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 Deum et fac quod vis. Prologue 1
당신은 왜 여행을 하나요?
누군가에겐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리프레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함 또는 새로운 곳을 경험하기 위함입니다.
저에게 여행은 돌아오기 위함입니다.
떠남과 동시에 돌아옴을 생각하는 여행.
제가 여행을 하는 동안 생각하는 것은 집, 친구,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과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들입니다.
저의 여행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여행지의 정취를 느끼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새로 사람들과 인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왜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데 쓰냐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행할 때만큼은 나 자신의 나를 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역할로부터 나오는 내가 아닌, 그냥 나. 이렇게 페르소나를 벗은 나 일 때, 생각나고 뚜렷해지는 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내가 원하는 것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여행 중에 Le Reve라는 공연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화려함과 웅장함, 숨 막히는 스케일에 공연 내내 넋을 놓고 보다가 마지막 꽃이 떨어지는 무대를 끝으로 오래도록 서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박수를 치는 동안 제 눈에선 한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돌아가신 엄마에게 보여주면 참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이렇게 제일 예쁜 것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 황홀경을 경험하며 이 자리에 그대도 같이 있길 바라는 마음. 이런 마음들을 모아 생기는 그리움. 돌아간다면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나의 순간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한 자 한 자 마음속의 편지를 꺼내서 읽어줄 때의 따뜻함. 비록 엄마에게 이 모든 걸 전할 수 없지만 곁에서 항상 절 응원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더 소중해지는 순간들. 감사한 순간들. 그래서 제게 여행은 곁에 있던 소중한 그대들에게 돌아가기 위함입니다.
대학교 4학년, 친구와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나서는 길이라 모든 게 긴장됐고, 제가 모든 계획을 다 짜야해서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 걸음은 자꾸 빨라졌고, 뒤쳐지는 친구를 재촉했고 사진 찍는 것보단 지금 눈으로 담으면 되지라며 친구를 자꾸 타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사진을 찍었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을 걸었고 구박하는 저에게 잠 깐 만이라며 멈춰 서게 했습니다. 여행 후 친구의 카메라 사진 첩을 살펴보는데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첩에 제일 많았던 사진이 제 뒷모습이 찍혀있던 사진이었습니다. 미안하고 참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저게 여행은 다시 한번 곁에 있던 소중한 그대들에게 더 돌아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여행 중에는 참 많은 글들을 남기게 됩니다. 어쩌면 지나가는 이 순간들이 아쉬워, 후에도 내가 이런 기분을 느꼈구나 추억하고 회상하고 싶어서 인가 봅니다. 그리고 작고 별 것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생각났던 순간, 사건들, 아름다운 풍경들, 그날의 느낌, 색깔, 공기까지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그래서 여행 중에 내가 한 생각들이 이렇게 다시 그대들을 만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저에게 여행은 돌아가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