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까운 곳을 다닐 땐 자전거를 탄다. 복잡한 서울 도심 속의 교통체증을 피하고,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자전거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자전거를 위해 만들어놓은 자전거 도로에서 조차 눈치를 보고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럼 사람들은 왜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을까?
내가 길을 걸을 때 자전거가 눈쌀을 찌뿌리게 하는 건 빠른 속도와 차임벨이다. 만약에 내가 한 방향으로 걷고 있다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틀었을 때,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또, 길을 걷다가 갑자기 들리는 차임벨 소리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요즘 처럼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이 많을 때 이 소리가 충분한 알림을 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아무리 자전거 도로가 있다 해도 길 위를 걷는 보행자에겐 그 경계가 모호하다.
자전거 차임벨이 울리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뒤를 돌아본다. 그때 뒤를 돌아본 사람과 나의 눈이 마주치고, 그 사람은 내 자전거의 방향을 보고 부딪히지 않게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이 발걸음은 높은 확률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나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럴 때는 몇번의 눈치 싸움 끝에 서로를 멈추게 하고, 둘의 방향이 반대로 간다는 것이 확신이 섰을 때 다시 출발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걷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을 앞질러가지 않았을 수 있고, 앞질러 갔다고 해도 충분히 피해서 걸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내가 얻는 속도의 편의를 보고 상대가 이런 불안과 불편함을 겪지 않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건 차임벨을 없애는 것이었다.
차임벨을 없애면 나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없게 하기 위해 충분히 천천히 달려야 한다. 설령 걸어가는 사람을 내가 지나가더라도, 그 사람이 위협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더불어, 걸어가는 사람들이 내 앞에 있어도 그 사람을 피해서 운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나는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자전거 운전 실력을 믿는다.
사실 이렇게 속도를 낮춰도 여전히 걷는 것 보다는 빠르다.
오래 하려면 역시 함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