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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 Mar 11. 2021

안드로이드 개발자 이직- 우아한 형제들

이건 운명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에 나오는 첫 번째 문장 때문이었다. 함께 일하려면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를 재치 있게 표현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기술 블로그에서 혼자서 Android App 개발하기라는 글을 읽었다. 개발자로 일하며 가장 크게 성장했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앱의 설계부터 개발, 출시 전 과정을 혼자서 했을 때였다. 그때 이 글을 읽었다면 큰 도움이 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글의 마지막엔, 함께 일할 개발자를 찾는다고 했다. 이건 운명이었다.


자기소개서


우아한 형제들은 원티드를 통해서 지원했다. 처음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링크만 제출했다. 코딩 테스트 합격 이후에, 우아한 형제들 자체 영입 페이지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질문은 좋아하는 시나 소설, 노래 중심으로 자신을 소개하라는 것이었다. 기술서적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 오랜만에 소설책을 찾아 책장을 서성였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서 밑줄 그었던 문장을 찾았다. 이직이라는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지나며 지쳐있는 나에게 힘을 줬다.


내게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고 확실하지 않은 작가에게 믿음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쇼쿄의 미소, 작가의 말 중 - 최은영


코딩 테스트


코딩 테스트는 총 4문제가 출제되었었고,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었다. 제한 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3~4시간 사이였다.


"효율성을 생각하지 말고, 정확성을 생각해서 풀어라"라는 문제가 기억에 남았다. 현업을 하다 보면 효율성보다는 정확성 쪽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코딩 테스트에서도 실제 현업에서 하는 고민이 녹아 있어서 좋았다.


이에 맞춰 정확성 외에도 두 가지에 집중했다. 내가 현업에서 작성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다른 개발자가 봤을 때 이해가 쉬울지. 3일 뒤 합격 연락을 받았다.



1차 면접


1차 면접은 설날 연휴 바로 전날에 정해졌다가, 다시 한 주 뒤로 미뤄졌다. 빨리 채용과정을 끝내고 싶은 입장에서 고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만약에 카카오가 먼저 전형이 끝나 합격소식을 받아봤다면, 해이해져서 준비에 소홀했을 것이다.


면접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한 시간 동안 네 분의 면접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는 함께 일하게 될 분도 계셨다. 이력서, 포트폴리오, 기술, 인성 관련 질문을 모두 고르게 받았다. 


특히 질문할 때 단어나 표현을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 분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기술 질문 중에는 대답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솔직히 말씀드리고,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대답했다. 이틀 뒤 합격 연락을 받았다.


2차 면접


2차 면접은 일주일 후였다. 이날도 면접 전에 운동을 하고 왔다. 이전 면접에서 운동을 하고 오는 게 멘털 관리 차원에서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면접 시간은 30분이었고, 두 분의 면접관이 참석했다. 질문은 프로젝트 관련 사항, 인성 질문이 반반이었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심도 깊게 물어보셨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기술로 사람들의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동생이 쿠팡 로켓 프레 시백을 수거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자기가 수거할 수 있는 박스가 늘지 않았다 얘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혼자 머릿속으로 어떤 알고리즘을 써서 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일을 더 받기 위해서 경력이 많은 분께 이런 질문을 했다고 했다.


'누구한테 잘 보이면 더 일을 많이 할 수 있나요?'

웬일인지 그 질문을 받고 나는 눈물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동생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이미 많은 부분이 기술의 영역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잘 보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을 할 수 있게, 기술이 도울 것이다. 그런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그래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면접이 끝나고 한참을 더 생각했다. 이 대답은 외적인 요인이었다. 내 안에서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얼굴을 모르는 인터넷상에 글을 쓴 어떤 분들에게 또 내 옆에 있는 지인들에게, 회사 대표님께, 은사님들께. 그런데 이 분들께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개발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뿌듯했다. 이렇게 나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대답을 하시는 분이 이 서비스를 그리고 회사를 애정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전형을 진행할수록 더욱더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틀 뒤 합격 연락을 받았다.




우아한 형제들은 모든 과정 전에 카카오를 거쳤기에 예방주사를 맡고 들어간 기분이었다. 이래서 제일가고 싶은 곳은 마지막에 지원하라는 말이 나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면접을 하는 내내 느껴진 밝은 분위기가 좋았다. 화상면접이었지만 화면을 뚫고 나오는 그 분위기 덕에 즐거운 면접이었다.


우아한 형제들을 끝으로, 나의 면접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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