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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han Heo Sep 26. 2021

나의 이데올로기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하다

올해(2021년) 초,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들이 다시금 사상 최고 가격까지 상승했었다. 주변에서는 코인으로 대박 나서 회사를 퇴사하는 사람도 있었고, 디지털 미술작품이 NFT와 결합하며 몇 백억에 낙찰되는가 하면 소위 대박 났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신의 눈으로만 블록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블록체인에서 가장 핫한 분야는 DeFi와 NFT였는데 핀테크 회사에서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기획하는 나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불신을 모두 내려두고 블록체인에 대해 공부하며, 어떤 기회가 있을지 데이터와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시적인 기대감으로 형성된 Transaction이 DeFi와 NFT로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동안 블록체인에 가졌던 문제들도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문제들은 대략 3가지 정도였는데

첫 번째는 화폐로써의 토큰 가격 변동성이었고,  

두 번째는 오라클 문제,

세 번째는 메인넷간의 토큰 호환 문제였다.


블록체인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사실 더 많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오히려 기회였던 것이었다. 이러한 기회들은 프로젝트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는데 재미있었던 부분은 많은 문제들을 오픈소스와 집단지성을 통한 개방적 협력으로 빠르게 해결해가고 생태계를 빠르게 성장시켜가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느꼈고, 무엇보다 과감하고 개방적인 사고로 연결된 글로벌 집단지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의 선입견에 대해 스스로를 반성했다.



타협과 균형


당시의 나는 제도권 편입에 편입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었고 마지막 발표만 기다리고 있었다. 제도권에 편입되기까지 5년이 넘도록 금융산업의 제도와 규제들을 학습하며 멋진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만 바라보며 달려왔고 이제 제도권 편입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 제도권 편입은 오히려 그동안의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들이었다.


아무리 고객을 위해 선의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누군가 이것을 악의적으로 활용했다면 모든 것을 악의적인 것으로 취부하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만으로는 우리의 선의를 알아주지 않았다. 많은 협상과 타협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타협과 손 잡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만을 위한 타협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균형이 필요했고, 내가 옳다고 믿어도 모두에게 옳은 것은 아니었다.



결정이 옳았다고 해도 결과가 옳은 것은 아니다.

옳은 것은 뭐고 틀린 것은 뭘까?
나한테 옳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옳은 것일까?
나한테 틀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틀린 것일까?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대사 중에




허무함에서 시작된 새로움


우리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접하게 되고 이러한 문제들과 쉽게 타협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혁신적인 서비스가 탄생한다고 믿어 왔다. 그런데 서비스 종료 공지를 띄우고, 서비스를 종료시킬 때 다가온 허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더 이상 무언가를 시도할 수 없는 환경이 더 힘들게 했다.


운명이 나를 이끌기라도 하듯 새로운 세상의 변화에 주목하게 되었고,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에서 시작된 메타버스와 토큰 이코노미로 연결되는 블록체인 등은 허무함에서 시작된 새로움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신기하게도 블록체인 쪽 지인분께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주셨고, 그 외에도 다양한 루트로 DeFi와 NFT 관련 회사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함께 성장했던 회사를 떠나려니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회사와 프로덕트가 성장하면서 겪은 경험들은 그동안 나를 성장시켜준 동력이었고,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고민하던 시간들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해준 동료들과 부족한 나에게 기회를 준 회사가 고마웠기에 결정이 쉽지 않았다.



정답을 알기 어려운 선택과 결정에서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생각해보다 그동안 나는 어떤 기준과 신념으로 살아왔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 고민과 생각의 끝에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결정을 얘기했더니 대부분 무모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가보기로 했다.


가슴 뛰는 일을 하는 , 내가 믿는 일을 시도하는 . 그게 나의 이데올로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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