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자아 정체성

by 상업개발자 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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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번역한 경험이 있다. 보통의 번역서와 마찬가지로, 내가 번역한 책 또한 역자에 대한 소개가 책 맨 앞에 존재했다. 따라서 나도 출판사로부터 역자 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당시의 내게는 역자 소개란을 적는 게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 처음 번역을 해보았기에 다른 번역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력서를 적듯이 적기도 쉽지 않았다. 간단한 약력을 적고 나서는 뭘 적을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결국 책 번역을 다 할때까지 소개란 쓰기를 미뤄둔 다음 고심 끝에 적어서 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때까지 항상 그래왔듯이 끙끙 앓다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써놨는지 컨닝을 많이 했다. 여러 다른 레퍼런스를 살펴보고, 사람들의 Bio를 많이 보기 시작했다. 특히나 트위터에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Bio를 보는 게 도움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어떤 이는 자신의 Bio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husband, dad, programmer, hiker


지금은 이 사람이 자아 정체성이 뚜렷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 거라고 예상하지만,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다른 사람들이 보통 적어내는 본업과 취미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서 제출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며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할 지 매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릴 때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고 졸업 이후에는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이라고만 소개했지, 개인으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지 않었던 것이다. 그래서 약력을 적은 다음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 지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몇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를 소개한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 아마 나도 위에서 언급한 트위터의 Bio와 비슷하게 적을 거 같다. 누군가의 가족이며, 엔지니어로 먹고 살고, 수영과 커피를 즐긴다고 말이다.


사실 몇 년 전의 나의 소개글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긴 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때는 남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채웠던 거라면 지금은 내가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스스로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나한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단어 하나마다 그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더하거나 뺄 것은 없다. 이제 소속이나 어디 사는지 등은 부가정보일 뿐 내 스스로를 정의하는 단어, 나를 소개할 때 핵심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내가 선택하는 단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변화는 외부의 기대에 맞추려는 조정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실제로 달라졌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일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표현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개인으로 바로서야 한다. 요즘 유행한 김부장 드라마처럼 나의 소속은 영원하지 않고 AI로 인해 우리들이 하는 직업 또한 몇년뒤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니 1원칙 사고로 돌아가 인생의 constant를 찾아야 한다. 당신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자신에 대한 소개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I'll keep my fingers cro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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