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ght Time, Right Place

by 상업개발자 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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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나에게 평생운동이라고 할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하고 있는 운동이다. 그렇기에 매주 집 근처에서 꾸준히 수영 강습을 받고 있었는데, 최근 중급반에서 상급반으로 진급하게 됐다. 어느날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상급반으로 올라가라는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받고 나서 그 동안 내가 투자했던 노력의 결과인 것 같아 뿌듯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다른 상급반 회원들에 비해 체력이 많이 부족하고, 스스로 생각해도 상급반에 갈 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번 수영 강습을 받을 때마다 너무나도 힘들고, 수영하는 날에는 맥도날드 세트의 유혹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상급반에서 수영을 한 1개월동안 수영실력은 퀀텀점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스파르타 훈련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인생에서 보통 레벨업을 할 때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운의 요소가 많이 들어가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솔직하고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롤 승급전에서 승급했지만 사실은 귀인을 만났던 것일 수 있으며, 회사 승진도 나의 능력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승진시켜줬을 수 있다. UFC에서 이겼던 강한 상대도 사실은 부상을 숨기고 뛰었던 것일 수도 있다.


운이 좋게도, 이번 수영 상급반에 진급할 땐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슬롯이 비어서"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도 결국 돈을 벌어야 하므로 상급반에 자리가 나면 채워야 했고, 그나마 적응할 것 같던 중급반 강사분이 나를 상급반으로 보낸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나의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서 우쭐해지기도 했었다. "내가 이제 상급반이 됐구나. 나는 노력했으니 마땅히 이걸 가질 자격이 있어" 라고 말이다. 그러나 곧 메타인지가 되었다. 만약 앞 사람이 나가지 않았으면 나는 상급반으로 옮기지도 못했을 거고 내 수영 실력의 발전은 매우 더뎠을 것이다. 이렇게 내 상황에 대한 메타인지가 되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다시 겸손해졌다. (그리고 상급반에서는 여전히 열등생 중 하나다)


실제 인생에서도 자기성찰을 하지 않으면 이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인생의 성취는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장소에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기회를 못 얻는 경우도 있고,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기회를 얻어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의 성취가 운과 환경이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했는지, 그리고 내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급속성장의 기회가 온다면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잡아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만약 상급반에 가는 것을 거절하고 중급반에 머물렀다면, 나의 체력과 건강은 특정 수준 이상으로 늘지 못했을 거 같다. 서핑을 할 때도 파도가 없는 잔잔한 날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페달링 연습밖에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부분의 성공과 성취는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장소에 있어야 이룰 수 있다. (꾸준히 남들보다 노력해서 실력을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해야 하며 내가 성취한 것들 중 내 실력이 몇 퍼센트의 역할을 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주기적으로 자기반성을 하는 사람만이 또 다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올바른 장소에 있지 않다면 환경을 바꿔야 하고, 올바른 시간에 있지 않다면 버텨야 한다.


만약 자신의 성공이 100%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어떤 실력과 인사이트가 있었길래 팔레스타인이나 소말리아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평화의 시대에 태어나셨나요?"


나는 살면서 내가 성취한 것들의 대부분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래를 예측할 정도의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며, 단지 열심히 살다가 어느날 과거를 돌아봤을 때 Right Time, Right Place에 있었음을 후행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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