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셀나무 Feb 25. 2024

3월 초등입학식은 공교육에 데뷔하는 날

- 공부 마라톤을 시작해볼까?

3월에 일제히 시작하는 초등학교 입학식은 아이가 공교육에 데뷔하는 날이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령기에 들어선 아이의 3월 초등 입학식을 앞두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셀렘반 걱정반이다. 특히 첫 아이인 경우엔 더더욱 마냥  설렐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유치원 졸업식에선 벌써 졸업을 하는 아이가 기특하고 언제 이렇게 컸는지 감개무량해서 눈물도 찔끔 나왔는데 한 달도 안되어 맞이하는 초등 입학식에선 왜 이렇게 아이가 어려 보이고 불안감이 몰려오는지.. 공부는 잘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문제없이 잘 지내야 할 텐데. ( 다 그런가 보다. 중3이나 고3 졸업식에선 수염 거뭇거뭇 아저씨들처럼, 히스테리 부릴 것 같은 이모들처럼 보이던 아이들이 고등이나 대학교 입학식에선 파릇파릇 앳된 신입생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긴긴 마라톤 학업의 길로 들어서는 첫날.  유치원 선생님들의 상냥함을 학교 선생님에게는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약속 때문인지 입학식 이후 당장 다음날부터 철통보안 속 학교를 다니게 될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눈빛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첫 아이는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요즘처럼 그렇게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았지만  추첨에서 떨어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았던 기억이 난다. 아이 대학 가는 것도 아닌데 이게 이렇게 떨릴 일인지.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크던 작던 추첨이건 선착순이건 성적순이건 뽑히는 입장에선 그냥 다 떨린다. 입학식날 교복을 입고 앉아있는 올망졸망한 아이들 틈에서 내 아이를 발견하는 기쁨이란. 지금까지 자라면서 엄마 속 한번 썩인 적 없는 모범생 아들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공부도 당연히 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이 모범생 아들은 자라서 사춘기가 무엇인지 알려주마의 주연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나도 첫 아이 입학식을 앞두고 선배엄마들에게 폭풍 굼금증을 쏟아내며 어떻게 하면 초등학교 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엄마들 궁금증이나 답변도 변함이 없다.


- 초등 1학년 이렇게 준비시켜 주세요.

1. 화장실 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하기.

2. 스스로 화장실에서 마무리하기.

3. 우유갑 스스로 열기, 젓가락 사용법 익히기

4. 40분 동안 앉아있는 습관 들이기

5. 자기소개 말하는 것 연습하기.

6. 거절하는 것 연습하기.






첫 아이 입학식 이후 무려 17년 만에 늦둥이 막내의 3월 입학식을 또다시 맞이하게 되었다.

집에서 5분 거리 공립 초등학교 강당에서 입학식이 거행되었다.

이쯤 되면 입학식쯤은 편안하게 치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새로운 걱정이 시작되었다.

‘ 너무 나이가 많아 할머니처럼 보이면 안 될 텐데......’



역시 입학식에서 올망졸망한 아이들 틈에서 내 아이를 발견하고 마음이 뭉클했다. 그동안 막내를 키워왔던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ADHD가 의심되는 유별난 아이 키우느라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고 마지막으로 절박한 심정으로  신앙의 힘에 의지하려  성경암송학교에  다녔던 일, 밤새 ‘우리 아이 달라졌어요’를 돌려보며 훈육의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던 잠 못 들었던 시간들.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여정이 떠올라 자기연민에 눈물도 찔끔 나왔다.  막내의 초등 입학식에선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남다른 입학식이었다. 입학식 주인공인 아이에겐 좀 미안했지만 말이다. ( 이 천방지축 아이는 자라서 초등 6학년인 지금 학교 전교회장이 됩니다)






이제 곧 3월이고 여기저기서 입학식이 열릴 것이다. 키워보니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자녀고 그게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수시로 변한다. 지금 잘한다고 으쓱할 것도 없고 지금 못 한다고 위축될 것도 없다. 보이는 현재의 모습에 일희일비나  단정 짓지 말고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격려해 주고 기다려주는  성숙한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동안  두 번의 초등 입학식에선 아이와 상관없는 내 생각, 내 회환에 젖은 입학식이었다. 더 정성껏 아이를 축복하고 꿀 떨어지는 눈으로 축하해줬어야 하는데 말이다. 입학식을 맞이하는 주인공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3월의 초등 입학식을 시작으로 공교육에 첫발을 디디는 우리 아이들을 마음껏 축하하고 사랑해 주자.



- 내 삶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


같은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하나이지만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일등, 360도 방향으로 뛰면 각자의 방향에서 모두가 1등이라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3월 초등 입학식은 누구와 비교할 것도 없고 각자의 속도대로 각자의 결승선까지 가는 긴 마라톤의 첫 시작점이다.

“출발선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이제 엄마와 한 팀이 되어 공부 마라톤, 인생 마라톤을 시작해 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