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라는 게 생겼다. 자기소개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 말이다. 저는 글을 쓰는 취미가 있는 브런치 작가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나에게도 오다니.
나의 글쓰기 흑역사는 “신석구 목사 독후감 대회‘가 있었던 2018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리교본부와 국민일보에서 공동 주최한 대규모 독후감대회였다. 당시 300명에게 주는 장려상에는 상금 5만 원이 걸려있었다. 마감시일이 임박했는데 응모자가 많지 않아 내기만 하면 무조건 최하 장려상이라고 부추기는 전도사님의 독려에 우리 교회에서도 몇 명이 급하게 독후감을 써냈었다. 돈 오만 원이 어디냐 하는 생각에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만 김칫국을 마셨다
'엄마 탈락했어 "
창피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과정을 알고 있는 딸에게는 고해성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딸은 조용히 방에 들어가 사부작사부작 가열찬 작업을 하더니
" 아니야, 우리 엄마 합격했다. 봐봐 여기 상금도 있어 “
하며 삐뚤빼뚤 글씨로 직접 만든 상장을 설날에 받아 꼭꼭 숨겨두었던 용돈 5만 원과 함께 내밀었다. 아니 무슨 상장까지. 울컥 눈물이 났다. 교회에서는 위로의 아이콘 집사님들이 너도나도 커피를 사겠다며 줄을 서는 바람에 5만 원어치보다도 많은 양의 커피를 들이부었다. 말똥말똥 그날은 잠들지 못했다. 글쓰기, 이제 너와는 영영 이별이다.
그랬던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무엇보다도 먼저 글쓰기 트라우마를 벗어던지고 '극적 상봉 ' 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슬초 브런치 이은경선생님과 매니저님, 함께 하고 있는 2기 작가님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매주 한 번씩 줌으로 은경선생님과 동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매주 주어진 숙제를 한 편씩 썼을 뿐인데 어느새 브런치 작가가 되어있는 이런 신기한 상황이라니. 거북이 타자에 워낙 기계치여서 아직은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도, 매거진을 발행하는 것도 서툴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이제 나는 변했다. 나름의 마감일도 정해놓고 (그날은 수요일이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는 숙제를 하며 이제 막 상봉한 글쓰기님과 조심스럽게 주 1회 만나고 있는 중이다. 만나다 보면 어색함도 투박함도 곧 사라지겠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아하고 세련되진 글쓰기님과 친해져서 평생을 함께 하는 절친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