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셀나무 Mar 29. 2024

"걱정 마, 엄마 오래오래 살 거거든?"

- 엄마와 딸이 주고받은 편지.

딸에게


오늘 핸드폰에 6년 전 사진이라고 알람이 뜨는 거야.  사진들을 보며 그때 그 장소 그 상황들이 떠오르며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사진들을 구경했어. 해맑게 웃고 있는 너의 모습에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야 할 원동력인 그레이스가 지금까지 잘 자라주어서 감사하기도 했어.


     

어렸을 때 가끔씩 그레이스가  엄마에게 말했지?

“ 엄마, 빨리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야 해”

기적처럼 예쁜 딸로 우리에게 와주어 정말 기뻤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레이스에겐 엄마와 아빠의 너무 많은 나이가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어.   


  

그래서 언젠가 엄마가 이 세상에 없을 때라도 엄마가 쓴 글을 읽으며 엄마를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어. 저장된 사진들을 언제든지 꺼내보며 추억할 수 있는 것처럼.

엄마글에는 엄마의 생각, 엄마의 이야기들이 담겨있겠지? 그리고 그레이스와 함께 한 소소한 일상들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 시간, 그 세월의 추억들이 사라지지 않고 글 속에 남아있는 건 정말 멋진 일 같아. 더욱 열심히 글을 써 보도록 할게.

나중에, 한참 나중에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의 글을 읽으렴.     

그러면 엄마의 목소리도 생각날 거고 엄마가 읽어주는 글처럼 생생하게 다가와서 마치 엄마가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쓰다 보니 왠지 유언장 같은 느낌이 나긴 하지만 걱정 마. 엄마는 아직 건강해. 그리고 태어날 땐 순서가 있어도 갈 땐 순서가 없다고,  엄마 나이 걱정일랑 잠시 접어두렴. 백세시대라 하니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우리 딸, 4학년 때 무리 짓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너무 많은 힘든 일을 겪었잖아. 절교책을 가져와서 누구누구랑 놀지 말라며 싸인을 강요당하고, 체험학습 가는 버스에 같이 앉아 가자고 약속해 놓은 친구가 다른 친구랑 미리 앉아있어 순간 당황했던 일 등등. 그래서 4학년땐 아예 교실에서 책만 읽고 남학생들하고만 노는 모습이 엄마로서는 참 안쓰럽고 안타까웠어.      

 다행히 5학년때엔 같은 반 여자친구들과 파자마파티도 하고 함께 마라탕도 먹고 인생 네 컷 사진도  찍으며 행복하게 지내 주어서 엄마는 참 감사했단다. 그런데 6학년에 올라와 4학년 때의 여자아이들과 한 반이 된 것을 확인하고 학교에서 울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그리고 너무 마음 아팠지. 아직도 그때 받은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데 한편으론 6학년이 되어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난 건 그때의 트라우마,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해석이라고 하듯 4학년 때 겪었던 사실을  더 성숙하게 해석하며 그 상처를 털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우리 딸이지하는 뿌듯함과 기특함이 몰려오더구나.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현명하게 해결하며 잘 살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 멋지다 우리 딸!




엄마에게


우리 가족은 남들과는 다른 점을 갖고 있어요. 내가 정말 늦게 태어나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 가족의 나이가 많다는 것. 그 점 때문에 더 걱정되고 무섭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우리 가족만의 특별함 이기도 하죠.

더 많이 살아와서, 더 많이 알기에 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더욱더 객관적으로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시절 생각은 잘 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저를 아껴주시고 제가 엄청나게 사랑을 받아 왔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제가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면 엄마, 아빠 이름에 먹 칠하고 원하는 모습에 부흥하지 못해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그마저도 인내해 주시고  감당해 주시는 모습이 뭔가 존경스러우면서도 경외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또한 6학년 때 반에 들어가자마자 4학년 때 애들을 보고 눈물이 차올랐는데 그래서 이틀간 엄마께서 저에게 많은 조언도 해주시고 매일 잘 해낼 수 있다고 해주셔서 이렇게 잘 이겨낸 것 같아요.

정말 언제든지 저부터 생각해 주시고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엄마를 희생해 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요. 저도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엄마 키우고 싶어요. 저도 엄마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게다가 일도 하시면서 이렇게 새로운  일도 시도해 보시는 것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면 그냥 계속하던 것만 할 텐데.... 그런 용기도 본받고 싶어 져요. (그래서 더욱 엄마아빠가 아프지 않고 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꿈이 한의사가 된 거 이기도 해요) 저에게 매일 힘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