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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May 02. 2020

세상의 배가본더들을 위하여


작년인가 베가본더라는 수지, 이승기가 주연한 sbs드라마가 있었다. 처음에 잔깐 보다가 너무.. 통속적이고... 별로였다. 


더 오래전 베가본더라는 만화책도 있었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품이다. 만화책은 일본 역사 사무라이 물이어서 내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여행자 중에 베가본더라는 필명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떠돌았다. 


아이슬란드 등 극지를 사진촬영 하는 분의 필명도 베가본더였다. 그의 사진 촬영 스케일을 보면.. 장비 뿐 만 아니라 정말 접근하기 힘든 아주 멋진 자연의 현장을 누빈 분이다. 원래 직업은 내과 의사라나? 그런데 


베가본드는 무슨 뜻이지?



사전을 찾아봤다. 의미는


방랑자


하하하. 하하하하하.


내 삶의 한 페이지 정도는 방랑자 아니었던가.  그 때는 참 많은 방랑자들이 있었다. 특히 인도에 바글바글했다. 대학 휴학하거나 20대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하고 많이들 세계여행자들이 있었다. 직간접적으로 스쳐지나간 방랑자들이 많았다. 거의 대부분 여행은 끝났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아주 소수는 게스트하우스를 차리기도 하고 여행가이드가 되고, 농사를 짓는 이도 있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던 SNS, 블로그는 여행의 멈춤과 함께 새로운 포스팅은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걸. 


종종 지인들이 묻는다. "다니는 곳, 위험하지 않아?"


사실 정말 안 위험하다. 나는 매우 안전주의적 성향이라 위험하다면 가질 않는다. 히말라야도 결코 겨울 때는 안 간다. 물론 내가 모든 위험을 예측할 순 없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한 운명은 어쩔 수 없는 일. 받아들일 수 밖에. 그러니까 여행을 하다 죽음을 만난다해도 나의 명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올해 다시 일터로 돌아왔고 향후 몇 년 간은 긴 여행은 빠이빠이라고 마음이 굳혀졌다. 여행에서 만약의 죽음은 각오했지만 현실에서의 생계의 어려움 문제는 각오하기 힘들었다.  통장 잔고는 영혼을 잠식했다. 사실 당장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 일을 구하는게 넘 피곤하고 지긋지긋했다. 부모님도 점점 늙어가고, 건강검진 결과도 나를 좀 각성하게 만들었다. '아 몸도 예전같지 않구나... 이렇게 방탕하게 살아도 평생 건강할 줄 알았는데...'(무슨 근자감??)  


종종 SNS나 브런치를 보면 여전히 방랑하는 많은 청춘들을 본다. 그 순간이 삶의 전부인 듯, 평생 여행다니고 싶다며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는 이들. 


미래 따윈 생각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길. 지긋지긋한 주변의 잔소리 따윈 한 귀로 흘리길. 여행이 끝나도 또 다른 더 멋진 삶과 도전이 있다는 것을 믿기를. 


세상의 베가본더들을 위하여. 

아이슬란드 라우가베구르 하이킹.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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