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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Jan 02. 2021

고요함이 편한 사람


나는 '인싸(인사이더)'가 아니라 '아싸(아웃사이더)'체질이어서 관계에 있어서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상대방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낯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임 같은데선 내가 앉은 테이블이 침묵의 분위기가 들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테이블에서 나의 나이가 가장 많으면 더욱 그러한 편이다. 뭐 대단한 걸 하는게 아니라 MC유재석이 된양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는 정도. 모임같은데 자발적으로 모였다면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잘 들어주는 일이 매너라고 생각한다.



1

19년 바르셀로나 용인이네 있을 때 '연'이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SNS상에 서로 알고있는 친구들이 많아 좋아요를 타고 나의 페이스북에 그녀의 포스팅을 보곤했다. 그녀는 핵인싸 타입이다.


바로셀로나에서 바로 산티아고 길을 걸었고, 한 달 후에 우연히 세비야에서 만났다. 함께 세비야 광장도 가고 식사도 하고 여행에서의 즐거운 동행을 했다. 한 저녁 10시쯤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낮에 얘길 다 해서일까? 우리는 별로 말이 없었다. 맥주를 마시며 각자 스마트폰을 하기도 했다. 나는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는 관계가 편했다.

연이와 만났던 세비야의 어느 펍. 스페인, 2019


2

유명 도시를 잘 안가고 카페를 통해 지역 동행을 만들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연스레 만난 사람을 내치는 것도 아니다.


17년, 네팔행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에 내렸을 때 우연히 '훈'을 만났다. 몇 마디 나누다가 우린 랑탕 트레킹을 동행하게 되었다. 여행 중 사람을 만나 몇 마디 나누면 우리가 서로 불편해할지 아닐 지 알 수 있다.


그와 트레킹을 동행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정보도 잘 모를 정도로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편하고 동행을 잘 마쳤다. 이처럼 서로 별 말이 없어도 편한 사람이 좋다.

랑탕 트레킹의 캉진리 능선(약5000m). 여길 훈과 함께 올랐다. 네팔, 2017


3

어느 새 자유여행을 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리기엔 올드한 나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한국사람은 나이를 신경 안 쓸수 없지 않던가. 우연히라도 어린 친구들과 여행에서 만나게 되고 어울리고 동행하는 건 좀 뭔가.. 음... 그렇다. 조심스럽다. 사실 나의 선입견이다.


어떤 사람은 분위기 띄우기 위해, 또는 성향이어서 텐션업되어 불편한 농담을 생각없이 던지거나 선을 넘기도 한다. 특히 사나이 정신에 가득한 사람, 한 면만 보는 종교, 정치 얘기를 하는 사람은 정말 피하고 싶다.


포카라에서 만난 충형은 정말 관계에 노력하는 사람이다. 첫 만났을때도 내가 어색해하지 않기 위해 대화를 이끈다. 나한텐 없는 능력이어서 본받고 싶을 정도.

자화상. 충형과 처음 만났던 카페. 지금은 사라졌다. 네팔, 2017


4

매일 점심시간에 함께 커피를 마시는 동료가 있다. 근데 커피마시면서 서로 말이 거의 없다. 주변 사람이 이걸 보고 '혹시 둘이 싸우셨어요?'라고 묻곤한다 ㅋ 하긴 그러고보니 남자들 별로 말이 없구나. 친구와 술을 마실 때 진짜 말을 거의 안하고 소주를 들이킨다. 1차는 30분이면 끝난다. 누가 쫒아오는 것도 아닌데, 대화는 없고 막 술을 들이켜. 하하.



5

고요함이 좋다는 건, 서로 싸워서 살벌한 분위기는 결코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이 공간, 마시고 있는 커피나 술이 좋아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와 같다. 그 때는 말은 없지만 행복한 상태이다. 바로 당신과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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