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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Mar 01. 2024

욜로하다 골로갔네 미리보기 01

하루 6km를 걸었던 꼬마 여행자 

이 글은 저의 출간 도서 <욜로하다 골로갔네> 의 앞 부분 내용입니다. 


하루 6km를 걸었던 꼬마 여행자 


내 첫 길 위의 여정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다니고 있던 집과 학교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해 있었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이사를 자주했는데 9살 쯤인가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으로 이사를 갔다. 집은 엘레베이터가 없는 연립 주택의 5층이었다. 나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한 셈인데, 전학은 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아마 빈번한 이사로 인해 학교를 계속 옮기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니면 자녀의 통학 문제에 관심이 없던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에야 등하교 도우미도 있다고 하는데 그 어린 나이에 혼자서 70-2번 버스를 타고 경기도와 서울을 오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용돈으로 300원이 식탁 위에 있었다. 왕복 버스비 200원과 떡꼬치 사먹을 돈 100원, 이렇게 돈을 썼다. 때로는 그 돈도 없던 날이 많았다. 그럴때면 부천 고강동에서 서울 신월동까지 걸어갔다. 지도도 볼 줄 모르는 나이에 어떻게 걸어갈 생각을 했을까? 처음엔 버스가 가던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짧은 다리로 한걸음씩 따라가면 신월동과 고강동을 잇는 큰 도로가 나왔다. 도로의 오른쪽엔 낮은 산이, 왼쪽에는 논밭과 김포국제공항이 있었고 머리 위로 많은 비행기가 날아다녔다. 도로 위 표지판에 ‘어서오세요.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라는 문구가 보이면 광영여고가 나왔고, 화곡 교차로를 지나 왼쪽 골목으로 10분 더 걸어가면 강신 국민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름에 걸으면 아침인데도 등이 땀에 흠뻑 젖었고, 겨울날에는 볼 살이 빨개졌다. 먼길을 걸었지만 힘들진 않았고 불평불만도 없었다. 어린 나이다보니 힘든지도 모르고 그저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머나먼 통학길을 매일 같은 차로로 걷다 보니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는 싫었나보다. 나중에는 신월동과 고강동을 잇는 신루트를 발견하여 그 길로 다녔다. 신월사거리 국민은행 건너편 시장길을 쭉 따라 올라는 길이었다. 은행 육교를 건너면 시장 입구 지하에 오락실이 있었다. 더 가면 만화책 대여 가게와 시장 답게 여러 식료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걸으면서 구경한 시장 풍경, 뒷산과 논밭들, 머리 위로는 낮게 떠다니는 비행기를 보며 지루함 없이 잘 다녔다. 


3학년이 되어 다시 서울 신월동으로 이사를 갔고 통학 여행은 끝났다. 그럼에도 걷기는 멈추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혼자 참 많이 걸어다녔다. 학교 뒷편에는 작은 산이 있었다. 종종 주말에 홀로 산을 올라가곤 했다. 친구들과는 초등학교 뒷 야산을 동네 놀이터처럼 놀았고, 가을이 되면 부천과 신월동 사이에 위치한 야산에 올라 밤을 줍기도 했었다. 밤을 한 움큼 주우면 발로 밟아 고슴도치 같은 껍질을 까고 알밤을 두 손에 담으면 괜시리 뿌듯했다. 어쩌면 나에게 돌아다니고 싶은 본능이 원래 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더 넓은 세상을 떠돌고픈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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