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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Oct 18. 2021

'위대한 개츠비' 짧게 읽기

친애하는 내 마음에게 - 문학으로 배우는 첫 심리학 수업

◆ 원작 열기 ••• 진짜 자기를 가리는 화려한 파티

 

 1920년대 미국 뉴욕 외곽의 한적한 웨스트에그. 그곳에는 거대한 저택에 한 남자가 살고 있다. 그의 이름은 ‘제이 개츠비’. 그는 주말마다 성대한 파티를 연다. 그곳에는 영화배우, 유력 정치인, 은행가, 사업가 등 각 분야의 상류 인사들이 모여든다. 고급스러운 파티 음식, 휘황찬란한 조명, 게다가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이 완벽한 파티는 새벽녘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정작 파티를 주최한 남자는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베일에 가려진 그를 두고 ‘독일 빌헬름 황제의 조카일 것이다’, ‘사람을 죽인 범죄자일지 모른다’ 등 온갖 추측만 내놓는다.  


  어느 날 이웃 ‘닉 캐러웨이’가 개츠비의 대저택 파티에 초대된다. 닉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명문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증권 회사에 다니는 상류층 남성이었다. 그는 파티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개츠비와 인사를 나눈다. 그의 눈에 비친 개츠비의 첫인상은 단정하고 우아했으며 단어 하나하나를 가려 쓸 만큼 신중했다. 그날 이후 무슨 까닭인지 개츠비는 닉에게 호의를 베푼다. 자신 소유의 수상 비행기를 함께 타자고 권유하고 저택 앞 해변을 개방해 주었으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까지 알선하려 한다. 


  그는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저는 원래 미국 중서부 출신이지만 학창 시절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집안사람들 대대로 옥스퍼드에서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됐고 그 뒤로 파리, 베네치아, 로마를 떠돌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1차 세계 대전이 터지자 참전하게 됐고 무공을 세워 훈장까지 받았지요.”


  닉은 개츠비의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의 정체가 불분명하기도 한 데다 실제로 그는 파티 참석자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남의 시선을 매우 의식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개츠비는 닉에게 조심스럽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그것은 바로 닉의 사촌 ‘데이지’를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데이지는 강 건너편, 뉴욕 이스트에그에 살고 있는 개츠비의 첫사랑이었다. 해 질 녘이면 개츠비는 2층 난간에 서서 강 건너 불빛을 바라보고는 했는데, 그것은 첫사랑 데이지가 사는 저택에서 퍼지는 불빛이었다. 개츠비는 먼 발치에서 그녀가 있는 곳을 애타게 바라보았던 것이다. 이미 톰 뷰캐넌이라는 남자와 결혼한 데이지, 그러나 개츠비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지금의 대저택을 구입해 주말마다 파티를 열었다. 언젠가 그녀가 파티에 찾아올 것을 고대하면서. 




◆ 원작 열기 •• 제임스 개츠제이 개츠비가 되다     


  제이 개츠비의 원래 본명은 ‘제임스 개츠’. 그는 미국 중서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촌에서 자란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백만장자 ‘댄 코디’를 만나 그의 비서가 되어 화려한 상류 사회를 맛보게 된다. 그 후 그는 개츠라는 이름을 개츠비로 바꾸고 상류 사회의 일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댄 코디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면서 개츠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군인이 된 그는 어느 날 동료 군인들과 어울려 ‘루이스빌’이라는 동네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운명을 뒤바꿀 여성 ‘데이지’를 만난다. 그녀는 개츠비가 태어나서 처음 만나 본, 상류층 가정의 우아한 여자였다. 개츠비는 곧 데이지와 사랑에 빠지지만 보잘것없는 그를 그녀의 가족이 받아들일 리 없었다. 결국 얼마 뒤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개츠비는 파리로 떠나게 되고, 그 사이 데이지는 ‘톰 뷰캐넌’이라는 명문가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개츠비는 다시 돌아오지만 이미 데이지는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데이지와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미천한 출신과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훗날 그녀를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부와 신분 상승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붓는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된 1920년대 미국 사회는 부정부패와 뇌물, 조작이 판을 치는 극심한 혼란 상태였다. 개츠비는 이를 틈타 밀주 판매와 채권 사기, 도박으로 큰돈을 벌며 30대에 벼락부자가 된다. 그는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것이다.


  한편 닉의 도움으로 재회한 개츠비와 데이지는 은밀한 만남을 즐긴다. 개츠비는 호화로운 대저택과 사치품들로 데이지의 환심을 샀고, 물질적 욕망에 눈이 먼 데이지는 개츠비의 화려한 생활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이들의 달콤한 만남은 오래가지 못한다. 둘 사이를 의심한 데이지의 남편 톰이 개츠비의 과거를 뒷조사해 그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데이지에게 폭로한 것이다. 데이지는 이 일로 혼란스러워하던 와중에 개츠비의 차를 몰다 한 여자를 치어 죽음에 빠뜨린다. 


  놀라운 것은 자동차 사고를 당한 여자가 다름 아닌 데이지의 남편 톰의 불륜 상대였다는 사실이었다. 톰은 아내 데이지의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죽은 여성의 남편을 만난다. 두 사람은 이미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톰은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그에게 사고 차량을 운전한 것이 데이지가 아니라 개츠비였다고 속인다. 결국 그 남성은 개츠비가 자신의 아내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고, 대저택에서 홀로 수영하던 개츠비를 총으로 쏘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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