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작가노트
어린 시절, 그 사람은 자주 손을 꼼지락 거리곤 했다. '만든다'는 행위는 그에게 있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이해하고 또 발산하는 목소리였다. 물론 일곱 살이던 그는 그 행위의 의미를 알지는 못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것이 창조성으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음을 몸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 부모라는 가장 큰 산을 만난다. 인간의 삶에서 부모는 우주이고 전부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임과 동시에 성가신 방해꾼이 된다. 인간이 가진 결핍은 그것을 스스로 바라보고 조정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인간을 통해 증폭된다. 안타깝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그 사람의 부모는 작은 손의 꼼지락 거림을 용납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니라 행위를 문제 삼는 어른들의 시선이었다.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걱정이라는 가면을 쓴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 사람은 자라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유일한 소통창구였던 손의 움직임은 스스로를 막아냈다. 그리고 아무 문제 없이 잘 기능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웃음 속에 깃든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그저 표면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들과 비슷하게 취업을 했고, 비슷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을 잘 사귀었으며 유창하게 말하는 능력도 얻었다. 분명 그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잘 기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 밤의 어느 날 꿈을 꿨다. 처음 보는 것들이 나왔다. 그것은 동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몰려왔고 그는 얼른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꼼짝없이 그 형상들에 잠식당할 거라고 생각한 그 사람은 눈을 질끈 감았고,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그 꿈에 대해 생각했다. 그 사람은 동물과도 같은 그 형상들이 자신이 이제껏 억눌러왔던 감정의 덩어리였음을 직감했다. 그는 꽤 오랜 시간 자기 안에 쌓여있는 진짜 감정을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을 회피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그제야 그 사람은 생각했다. 그것들을 불러와야겠다고, 다시 꼼지락거려야겠다고, 그것들과 똑바로 마주해야겠다고.
이 브런치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