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나눈 창조성의 비밀 9단계
끝.
어쩌면 끝을 낸다는 것은 인생에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시작이 10이라면 끝은 0에 가까운 수라고 생각한다. 그 0은 0으로 가기까지의 어려움과 영예로움을 포함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끝을 내는 경험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성숙도와 완성도에 차이가 난다.
산다는 것은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와인처럼 숙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숙성은 무엇이든 끝을 내본 사람만이 갖는 지극한 즐거움이다. 끝은, 세상이 선사하는 끝이 아니라 주도적인 끝. 의도적인 끝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의 끝일 수도 있고 일에서의 끝일 수도 있다. 또 창조적 영역에서는 작품의 완성이기도 하다.
수많은 시작 뒤에서 끝을 많이 내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성장시키는지, 또한 10의 시작에서 보잘것없다고 하더라도 0까지 가본 그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단단한지. 그저 상상 속에서 단정 지으며 또 다른 시작을 외치는 것보다 작은 마침표가 우리를 더 많이 깨닫게 한다. 각자의 이상과 성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작은 끝인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어쩌면 인생에서 이 말만큼 이상적인 말도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의 시작이 그리도 미약했는가? 돌이켜보면 늘 시작이 창대했고, 끝이 미약했다. 끝을 낼 작은 용기조차 없어 회피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림을 그릴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이 완성이라고 얘기한다.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그 행위를 종결하는 것. 그때,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수정을 하게 되더라도.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말했다. "무엇인가를 단순히 끝내는 것 자체가 이미 영예로운 성취이다. 사람들은 일을 완성하지 않는다." 우리 인생에서 무언가를 끝내고, 완성하는 경험은 우리를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가장 큰 변화를 형성하는 비밀은 미지의 어딘가에 있지 않다. 그저 내가 하고 있는 어떤 것을 끝내 보이는 행위가 나에게 별 것 아닌 다음 챕터를 열어준다. 그 단위가 쌓여 우리는 인생에 수많은 0을 붙여낸다. 어쩌면 삶은 우리가 고민하고 염려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