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으로부터 배우다- 딕 부르너
세상을 살아가면서 터득한 것이 하나 있다면 우리 스스로 복잡함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복잡함을 친구 삼아 머릿속에 온갖 잡동사니를 넣고 살아왔다. 그 잡동사니는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으며 꾸준하게 에너지를 앗아갔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소란을 만들어낸 것은 나 자신이었음에도 꽤 오랫동안 그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부모님의 복잡함을 물려받아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살다 불편함을 느끼게 된 후부터 알게 되었다. 그들과 나는 다른 존재이며 결국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세상이 복불복 게임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개인의 삶의 난이도 또한 상이하다고 본다. 대신 그 복불복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양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머릿속의 복잡함을 부여잡고 있었던 것은 언제나 자신이었으며, 그 복잡함은 또 다른 복잡함의 손을 잡고 온다. 그리고 그게 삶인 줄 알게 된다. 그런 생각들로 또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웠을 즈음, 우연히 도서관에서 어린 시절 보았던 미피 동화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미피는 어린 시절 기억 꼭 그대로였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동화책 속 공간, 딱 그만큼밖에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것은 아주 큰 깨달음이었다. 통상 머릿속의 복잡함은 그 통로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머릿속의 단순함 또한 그만큼 단순함의 통로를 더 많이 생성한다. 미피의 세계는 늘 단순했다. 모든 색채와 구성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졌다. 그것은 어린이의 마음이 그만큼 단순하다는 것을 뜻한다.
미피의 작가 딕 부르너는 미피라는 캐릭터를 아주 단순하게 창작한다. 그는 아들에게 들려준 토끼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만들었다. 미피의 모습은 시대를 걸쳐 변화했지만 '미니멀리즘'이라는 그 단순성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작가는 "나는 언제나 오랫동안 해답을 찾으며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많은 것을 버린다. 줄이고 또 줄여서 본질적인 것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형태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나는 그 상상이 펼쳐질 수 있도록 많은 공간을 남긴다. 그것이 생략의 기술, 단순함의 힘이다."라고 말하며 심플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작가의 말을 통해 머릿속을 비우고, 또 비울수록 영감이라는 것이 많은 통로를 통해 들어올 수 있음을 상상해 보았다. 우리는 개별적 존재임과 동시에 상위차원의 직관을 받아들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뇌를 비울 수 있을 만큼 비워둬야 한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지금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은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존재한다는 뜻과도 같다. 미피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필요와 그것이 주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어쩌면 창조성과 인생의 노하우는 복잡해 보이는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능력일 것이다. 매 순간을 단순하게 만들수록 삶에는 더 많은 여백과 숨 쉴 틈이 생겨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가진 본질적 능력을 볼 수 있게 되고, 마침내 그 능력을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