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생각의 잔상

생각의 필요에서 배우다- 헨니 알프탄

by 바다별다락방


우리는 꽤 자주,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에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과거에 느꼈던 불쾌한 생각들을 붙잡고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다시금 생성한다. 그리고 그것들에 잠겨버린다. 개인적으로, 나는 참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과거, 현재, 미래 할 것 없이 생각나는 전부를 머릿속 바구니에 담아놓는다. 그것은 나에게 창작의 통로가 되어주면서도 동시에 나를 괴롭히는 도구가 된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나는 머릿속에 맴도는 이 생각들을 없애버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가벼워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모든 무거움을 내려놓을 수가 있을까.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그랬고, 명상을 하면서도 고집스러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나에게는 이 모든 것들을 내 손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폭풍 같은 시간 뒤에 오는 고요에서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사실만을 깨닫게 된다. 그 찰나의 인정 이후에 떠오르는 것은 '내가 또 나이고 싶어 하는구나.'였다.


그렇게 생각들을 가만히 바라볼 때, 그들은 저절로 나를 스쳐갔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 가장 큰 결핍의 덩어리가 건드려질 때면 몇 날며칠 그것을 붙들었다. 그러다 일주일쯤 지나면 그때는 알게 된다.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스쳐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자신에게 '내가 졌다.'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그 생각들이 나를 위한 자산이 된다.



Henni Alftan, A Light at The Window, 2023, Oil on linen 130 x 195 cm

예술가들은 대체로 생각이 많고 그것을 파고드는 경향성을 지닌다. 또한 형이상학적인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도 남다른 호기심을 보인다. 헨니 알프탄은 그 생각들을 끌어올리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생각이 많다는 점이 새삼 엄청난 축복으로 다가온다.


헨니의 작품은 대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여지를 준다. 그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 우리의 삶에서 놓치는 것들에 주목하게 한다.




특정 사물에 집중하기보다 이미지가 주는 느낌, 풍경에 집중하게 하며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토리를 끌어낸다. 나아가 각자가 지금 느끼는 생각들을 경험으로 다시 체험하게 한다. 위 그림의 빛은 창에서 비치는 빛인지, 그것에 반사된 빛인지, 또 우주에 떠 있는 별인지, 반딧불이를 말하는 건지 등등. 그의 그림은 존재로서 생각을 창조해 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림을 통해 다시금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경험을 한다.



가만히 그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반대로 자신이 근래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혹은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마주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감정을 재경험한다.


그 감정들은 따뜻한 것일 수도 있고, 섬뜩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작가가 말하는 '그려진 그림'들을 바라보며 이것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통해 스스로에게 무슨 얘기를 전하고 싶은지 깨닫는다.


헨니의 그림을 바라보며 생각을 붙잡고 있으면 그 생각이 나에게 건네는 메시지에 주목하게 된다.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그 생각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도망칠 필요가 없다. 그저 뛰어들면 마침내 보인다. 마치 헨니의 그림을 볼 때처럼 그 기억과 감정의 파편들을 마주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지난 괴로움은 마치 그림처럼 순간의 잔상만으로 그치게 된다.





이전 05화'찰나'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