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도 알맞은 무게

1장. 작가노트- 소

by 바다별다락방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조금 더 서 있었다. 울림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채로도 시간은 흘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침은 이미 와 있었다. 그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은 여전히 침대에 있었지만 몸은 앞서 움직였다.


손을 씻고.

컵을 꺼내고.

평소와 다르지 않은 동작이었다. 그는 컵에 물을 따랐고 그것을 들어 올렸다. 과하게 담긴 물이 찰랑이는 컵은 이전의 감각에 비해 무거웠다. 가볍게 들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내려놓아야 할 만큼은 아닌. 손에 전해지는 무게가 유난히 고요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 무게를 언젠가 한 번쯤 눈으로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집 뒤편에서 소가 지나가던 길을 지켜보던 기억이었다. 아무런 소리 없이 분명하게 땅을 딛고 움직이던 감각. 외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소는 주인을 알아본다."

그 기억은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영화 워낭소리를 재생하게 했다. 워낭소리처럼, 크게 울리지 않아도 서로의 위치를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느리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그것이 그 감각을 알아보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는 기억에서 돌아와 컵을 들고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더 주지도, 풀지도 않은 채. 소는 장면에서 나와 그와 같은 높이로 옆에 서있었다. 그것은 부담을 덜어주지도 않았고, 더 들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 이 무게가 그에게 지나친 것도, 모자란 것도 아니라는 듯 묵묵히 함께 있었다.


그는 그제야 이 무게가, 견뎌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감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부담스러움과 알맞음의 경계에서 그는 컵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것은 내려놓고 나면 다시 상기되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소는 그의 곁에 여전히 같은 속도로 서 있었다.





이 브런치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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