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은 소리

1장. 작가노트-목어

by 바다별다락방




새벽은 끝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잠들지 않았다. 눈은 떠 있었고 몸도 깨어 있었지만,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어색한 시간이었다. 밖에서는 이미 많은 소리들이 오가고 있었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누군가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소리. 그 소리들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왔으나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들렸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이 소리들 중 어디에 귀를 두어야 하는지. 그는 그동안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어왔다. 조언처럼 들리는 말들, 걱정인 척 건네는 말들, 확신에 찬 목소리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은 점점 또렷해졌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혹은 모두가 각자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건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말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말을 꺼내는 순간의 그것마저 의심받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의심이 밖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어느새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까지 곱씹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생각이 정말 나에게서 나온 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 들은 말들이 안쪽에 남아 내 목소리처럼 울리고 있는 건지.



그는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되뇌었다. 말해도 될까. 지금 말하는 것이 나를 더 분명하게 만들까. 아니면 더 흐리게 만들까. 여전히 확신은 없었다. '목어'는 그 모든 질문들 사이에서 조용히 깨어 있었다. 소리를 내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울릴 준비는 되어 있지만 치지 않은 종처럼. 그는 목어를 바라보며 이 상태가 틀린 것만은 아님을 조심스럽게 인정했다.




확신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단계.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자기 자신을 가장 정확하게 지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바깥의 소리도, 안쪽의 소리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머무르기로 했다. 목어는 그 선택을 옳다고도, 틀렸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깨어 있으며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두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그의 울림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채 안쪽에서 맴도는 소리를 조금 더 곱씹어 보기로 했다.




이 브런치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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