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 수 있었던 그 밤

1장. 작가노트-하동

by 바다별다락방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기로 한 선택이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안전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버틴다는 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일에 가까웠다. 그는 그 상태로 며칠, 혹은 더 오래 지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버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멈춰 있었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을 거기에 두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날 새벽, 그는 눈을 떴다. 방 안은 아직 어두웠고 다시 잠들기엔 어정쩡한 시간이었다. 눈을 감아보았지만 시계 초침 소리가 귀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한 번 들리기 시작한 소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마치 그 소리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밀려난 것처럼. 그는 그제야 지금의 자신이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버티는 일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버티는 것만으로는 지나갈 수 없는 지점에 와 있었다.


불안은 생각의 형태로 오지 않는다. 불안은 몸에 저장된다. 그 사람의 가슴께는 묘하게 굳어 있었고, 숨은 얕아져 있었다. 마치 오래전, 어떤 순간에 멈춰버린 호흡을 그대로 다시 이어받은 것처럼. 그는 그 감각이 지금의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익숙했다. 이미 여러 번 지나온 경계였다. 자신이 작아졌다고 느꼈던 순간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면 안 될 것 같았던 기억들.


그는 그런 감각 앞에서 늘 같은 선택을 해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스로를 밀어 넣는 방식으로. 그런데 그날은 도망치듯 다시 잠들지 않았다. 대신 이불 위로 두 팔을 천천히 올렸다. 그리고 두 손을 갈비뼈 근처 불편이 잠든 곳에 교차하여 내려놓았다. 숨이 조금 안쪽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하동은 그저 그 사람의 숨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에 그는 그것을 보았다. '하동.' 크게 움직이지도, 다가오지도 않은 채 그것은 그 자리에 있었다. 하동은 부끄러움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자세와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 사이에서 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하동을 보며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알았다. 완전히 자신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완전히 숨기고 싶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안아주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고, 안아주기엔 아직 조금 어색했다.



하동은 그를 위로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스스로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그 시선 앞에서 처음으로 이 느낌을 밀어내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시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잠들지 않았고, 그의 숨은 더 이상 멈춰 있지 않았다. 하동은 그를 그 새벽에 머물게 했다.





이 브런치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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