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에 종종 온집안 불을 다 끄고 숨바꼭질을 하곤 하는데,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한다.
숨바꼭질은 보통 숨는 사람이 들킬까 봐 두근두근하는데, 어둠 속 숨바꼭질은 오히려 찾는 사람이 더 두근두근하는 놀이다.
커튼까지 쳐 있어 깊이 어둠이 드리운 방안을 더듬더듬 헤치고 찾아다니는 술래의 심장은 쿵쾅쿵쾅!
9살, 7살 둘째나 막내는 특히 아직 어둠이 무서운 나머지 찾는 즐거움+무서움까지 더해져서 스릴이 만점이다.
술래가 된 막내는 무서운 나머지 왼손에 베개를, 오른손에 로봇을 들고 “누구있쪄~?” 하고 각방을 돌아다니는데,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막내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심쿵, 심장 폭발할 뻔 했다!
그리고 순간, 7살 막내의 모습에서 정말 순수하게 무서움을 즐기는 모습이 느껴졌다.
아이는 숨바꼭질을 하면서 무섭고 두렵지만, 오히려 그 감정이 이 놀이를 계속 하게 만들고 즐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렇게 무서움, 두려움 조차 즐거움이 될 수 있는데,
왜 우린 어른이 되면서 무서움이 싫어지고 더 커지면서 삶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을까?
돈을 벌어야 해, 직업과 명예를 얻어야 해, 그래야 잘 살아, 라는 세뇌를 당하면서 돈을 잃으면 안돼, 직업을, 명예를 잃으면 안돼, 라며 소유와 상실의 두려움을 강화시켰고, 결국 우린 순수하게 두려움을 즐기지 못하게 되고 말았던 게 아닐까.
잃을 게 없는 상태에서는 두려움조차 순수하게 드러날 수 있는데.
두려움이 두렵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는데. 잃을까 봐 두려운 마음에 떡 되어 잃는 삶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사실 우린 모든 걸 가져본 적도 없는데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존재 자체가 온전하고 더 이상 얻을 게 없이 이미 충만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상태일 때, 우린 진심으로 삶이라는 파도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막내 처럼… ^^
생각해보면 나이 들수록 롤러코스터도 무섭다..
어린 시절 두려움을 즐기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