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3초 안에 아는 것들

기획자의 초능력

by 별 Director

어떤 곳이든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저는 모든 요소의 일관성을 파악하느라 눈과 머리가 바빠집니다.

색감과 소재, 음악과 조명, 메뉴와 직원의 복장,

때로는 가구 배치와 벽에 붙은 문구까지.

이 모든 것들이 같은 세계관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를요.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귀결됩니다.

기획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죠.



3초 안에 파악되는 것들


교외의 한적한 곳에 있는 흔한 식당을 상상해보세요.

입구에 들어서면 뜬금 없는 물레방아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기도하는 소녀상이 있고요.

안으로 들어서면 프로방스 인테리어가 펼쳐집니다.

주력 메뉴는 코다리찜과 돈까스입니다.


물레방아는 왜? 프로방스는 또 왜?

코다리찜과 돈까스의 콤비네이션은 대체 왜??

주인 눈에만 예쁘고, 어쩌다보니 팔게 된 것들을

아무렇게나 엮어놓은 그런 식당은

결국 "어쩌다 한 번 들른 곳, 두 번은 안 가게 될 곳"으로 남게 됩니다.


왜일까요?

단순히 맛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적어도 저의 이유는 그 공간에서 어떤 일관된 신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글에서 기획의 3가지 요소를 말한 적이 있어요.


숨어 있는 가치를 발견하는 '의미체계',

의미를 형태로 만드는 '모든 종류의 제작물',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메시지'.


이 세 가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고 일관성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기획이 됩니다.

아무리 괴짜 같아도,

아무리 허술해 보여도,

아무리 난해해도

기획이 단단하면 누군가는 매료되고,

누군가는 팬이 되거든요.

덥석 안겨주는 고양이부터, 예술가 감성 가득했던 어느 술집


직업병이지만, 필요한 감각

차 한 잔 마시러 가서도 편히 있질 못하니 누군가는 이걸 직업병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 레이더를 쭉 펼치는 게 참 좋습니다.

주변에 가득 차 있는 기획의 시그널들을 찾아내고,

눈과 머리에 잘 담아두는 시간은 제게 꼭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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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은 확실히 다릅니다.

기획의도가 있는 곳은 들어서자마자 그곳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말하는 공간인지 느껴집니다.

색감 하나, 음악 한 곡, 메뉴판의 폰트까지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일관성이 강할수록 사람들이 매료되죠.

기획의도까지는 모르더라도,

적어도 "여기 분위기 좋다~" 한 번쯤은 말하면서요.

하나의 코드를, 지속적으로 공간과 콘텐츠에 담기


감각의 레이더를 한 번 펼쳐보세요

여러분은 자주 가는 공간에서 이런 시그널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

코 끝에 느껴지는 향기,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분위기까지-

당신의 감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뒤엔 누군가의 치열한 기획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모르면 놓치기 쉽지만,

때론 가장 강력하게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

"어? 여긴 뭔가 다르네"라는 그 느낌!

맞아요.

당신의 초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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