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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Feb 01. 2016

자유의 도시, 오랑

오랑(Oran)은 일반적인 알제리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유의 상징이다. 스페인과 100 k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이 곳은 예전부터 유럽과 교류가 빈번해서 다른 알제리 지역에 비해 문화가 자유스러운 편이기 때문이다. 이 곳 사람들의 사고는 좀 더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거리에 다니는 여성들의 옷차림만 봐도 알제보다는 가볍다. 카바레 등 유흥시설이 많은 이유로 인해서 일부 알제리인들에게는 '이비자(Ibiza)'와 같은 존재가 됐다.


"너 오랑 다녀왔다며. 좋았어?"


현지인 친구 M의 말이다. 큭큭 웃는 표정에서 오랑의 풍경에 대한 나의 평가를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뭐라 대답할지 몰라 가만있는데, 이 친구가 집요하게 묻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그런 주제로는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다른 주제로 넘겨버렸다.


이슬람에는 금기가 많은 편인데, 종파와 교리에 따라 술, 돼지고기를 비롯한 먹는 것에서부터 신체노출 등 꽤 사소한 부분까지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케이블 TV 등을 통해 이슬람 국가의 사람들은 세상 밖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사는지 알게 된 지금이 반대로 이슬람 국가 입장에서는 위기의 상황이다. 국민들을 전통적인 이슬람 교리로만 통제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알제리가 터키, 튀니지와 같은 이슬람 자유주의 노선으로 조금씩 변해갈지는 잘 모르겠다.


참, 재차 말하건대 나는 오랑에서 이성과는 아무 일이 없었다. 알았니, M?


카페 안에서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 알제리 전반적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O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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