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서 현지 직원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데,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삼성을 왜 그만뒀나요?"
"바다에 배가 한 척 있고, 그 안에 선장과 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선장이 방향을 잘 찾는다면 그저 나는 열심히 노를 젓기만 할 거예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게 내가 그곳을 떠난 이유예요."
첫 직장이었던 그곳에 계속해서 일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봤다. 그다지 좋은 모습으로 상상하지 않는 걸 보면, 그때의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점으로 보면 다르다. 솔직히 속이 꽤나 쓰리다. 25살에 시작했던 사회생활. 매년 얼마간의 돈을 꾸준히 모았다면, 지금쯤 집 한 채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오래간만에 맥주 한 캔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