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직원과 알제리 수능시험(바칼로레아 Bacalaureat)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던 중, 시험과목을 쭉 나열하는 그녀의 입에서 낯선 단어가 들렸다.
"잠깐만. 철학이라고 했어?"
"네"
"우리는 수능에 철학 과목이 없어."
"뭐, 뭐라고요?"
놀란 직원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눈빛이다. 한국의 자랑스럽고 멋진 부분을 주로 말하던 내가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걸까?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삶의 의미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의 너무도 중요하고 커다란 인생 질문들을 대체 어떻게 답하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