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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Mar 15. 2016

눈부신 하루

새벽에는 쌀쌀한 날씨다. 드라이기가 없어 머리를 다 말리지 못했고, 나는 그냥 모자를 눌러쓰고 거리에 나왔다.


골목길에서 벗어나 좌측으로 꺾으면 트램 정류장이 있다. 언덕 위로  해가  고개를 내미는데, 지면 아래로는 어둠이 여전하다. 그 어둠은 양쪽의 건물을 타고 올라가 매력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는데, 그로 인해 건물을 만들어낸 프랑스인들의 재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그런 아름다운 비율, 균형, 색채를 어떻게 만들어냈던 것일까.


나는 트램 표를 살 잔돈을 마련하기 위해 카페에 들려 물병 하나를 샀다. 그런데 카페 주인이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 게 아닌가. 공짜가 그리 좋을 수 없다. 어제는 치즈를 사는데 고작 5디나(50원)가 부족해서 못살뻔 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깎아줘서  와인과 함께하는 밤이 완성될 수 있었다.


물병을 들고 다시 언덕을 올랐다. 아까보다 더 눈이 부셔왔고 나는 오늘 '눈부신 하루'라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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