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을 믿는 이들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됐다. 올해도 작년처럼 한참 더운 시기에 하는걸 보면, 그들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배고픔보다 갈증이 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나도 작년에 현지인과 똑같이 금식을 해봤기 때문이다. 나의 입술 주변은 하얗게 부르텄더랬지. 저녁엔 거의 반죽음 상태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올해는 단식할 계획이 없다. 그런 내 마음을 알지 못하는 현지인들은 '너는 단식을 하느냐'고 많이 물어왔다. 안 한다고 말하면 되는데, 그 말이 입 밖에 떠나질 않았다. 배고픈 사람 앞에서 나는 밥 잘 먹고 있다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절반 정도 단식을 한다고 말했다. 허겁지겁 나오느라 아침밥을 먹지 않은걸 순간 기억해낸 것이다. 대신 점심은 배부르게 먹었다. 그런데도 늦은 오후가 되면 내 몸은 다른 현지인들처럼 축 쳐져 있다. 나의 비실한 체력 때문인 것이다. 오늘은 비타민을 챙겨먹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