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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Jun 13. 2016

라마단 일주일째 되는 날

   라마단이 벌써 일주일다. 내가 직접 금식을 하지 않은 탓인지 가끔 라마단인지를 까먹는데, 그런 탓에 오늘 아침은 영락없이 굶을 뻔했다. 카페에 빵 오 쇼콜라와 함께 카페올레를 먹으러 간 것이다. 닫힌 카페를 등지고 슈퍼마켓으로 걸음을 옮겼다. 초코바 하나와 음료수를 하나 샀다. 어디서 먹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가까운 아파트 건물 통로에서 먹으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의 통행은 없었고, 나는 냄새나는 통로에서 초코바를 물어뜯었다. 그래도 굶지는 않아 감사하다 생각했다.


 저녁 8시. 집주인이 자신의 집에 잠깐 들르라고 전화를 줬다. 가봤더니 쇼르바(알제리 야채수프)를 내민다. 보통 라마단 때 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처음 먹는 음식이다. 나는 단식을 하지 않았고 게다가 방금 전 거하게 식사를 끝낸 상태였지만, 집주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 그 수프를 떠먹는데, 나는 배부른 후에 국물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궁합 상으로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그래도 수프를 끝까지 다 들이켰다.


 라마단이지만 이래저래 잘 먹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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