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되찾으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비스크라 랑동정원(Jardin Landon) 근처에 있는 지방 호텔(Hotel des zibans; 한국어로 쓰니 호텔 이름이 이상한 의미가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Z발음을 확실히 해줘야 한다.)에 머물렀는데, 이 곳도 프랑스 건축가 페르낭 푸이용(Fernand Pouillon)의 건물이었다. 이전 글에서 그에 대해서 언급을 했으니,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다.
호텔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랑동정원을 걸었다. 전날의 축구경기로 인해 허벅지가 좀 당기긴 했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곳은 비스크라 이외의 장소에서 다양한 식물을 가져와 현지 기후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진 곳인데, 앙드레 지드(André Gide)가 좋아했다. 조경가의 입장에서 볼 때 정원의 구조, 형태, 구성요소 등 여러 점에서 여타 다른 정원에 비해 확실히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도, 지드가 랑동정원에 대한 후한 평가를 내린 것은 지극히 그의 개인적인 감상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던 장소이기에 주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였던 것이 아닐까.
반면에 칼 막스(Karl Marx)는 지드와 정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1882년 주치의의 권유로 알제리로 오게 된 그는 한 달 후 몸이 더 안 좋아진 채 유럽으로 돌아갔다고 하니 말이다. 비스크라에도 왔던 칼 막스가 랑동정원을 들렸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들렸다 하더라도 아마도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 건강이 좋아지면 그곳이 지상 최고의 곳이라고. 지드가 삶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은 책 '지상의 양식'의 영감을 이 곳에서 받은 건 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