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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Aug 14. 2018

아프니까 청춘 아니다

이빨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얼굴도 아프다. 

오른쪽 어금니를 치료받으면서 왼쪽 치아로만 음식을 먹고 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왼쪽으로 씹다가 오른쪽으로 씹기도 했는데, 그 씹는 즐거움이 절반 없어진 것. 내가 치아관리를 잘못한 이유도 있을 테지만, 왠지 나이 때문에 신체의 모든 부분이 노화되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해봤다. 


오늘 축구를 하는데, 상대팀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키도 크고 체중도 상당히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 제법 잘 뛰었다. 유벤투스 이과인 선수의 몸매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그의 몸무게가 92kg라는 얘기가 있는데, 축구팬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어떤 얘랑 한 번 살짝 부딪혀봤는데 내가 그대로 튕겨졌다. 


시작하자마자 골문을 지키고 있는데, 얼마쯤 지났을까. 상대팀 선수 중에서 가장 이과인 몸매와 닮은 어느 한 선수가 우리 팀 미드필더를 가볍게 젖히고 수비 진영으로 들어섰다. 저 육중한 몸매가 순간 터닝을 정말 아름답게 하는구나라고 감탄을 하는데, 그가 슈팅을 때렸다. 생각보다 슈팅이 강력했고, 공은 내 손목을 막고 아웃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막았다기보다 내 손목에 공이 날아와 맞았다. 그런 다음 오른쪽 손목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너무 빨라서 손을 다 펴지 못했는데, 그런 탓에 부상이 온 것이었다. 내 반응속도가 느려진 탓인가 나는 자책하기 시작했다. 


교체 싸인을 내자, 우리 팀 얘들이 내게 다가왔다. 그도 그럴 듯이 아무리 아파도 내가 자진해서 교체를 하겠다고 한 적이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 괜찮냐고 묻는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오른 손목만 부여잡고 있었다. 그런데 교체할 선수가 없어서 미드필더로 뛰기 시작했다. 


공격하느라 상대편 진영 갔다 왔더니 두 발은 거의 움직여지지 않고, 어느새 나는 경기장에 '존재하는'(저자 주: 경기를 '뛴다'라는 단어와 '안 뛴다'의 단어의 중간 영역) 자가 되었다. 그러다 한 번은 오기가 생겨 상대방 공격수를 밀착 마크하는데, '딱' 소리와 함께 상대 팔꿈치에 얼굴을 맞았다. 상대 공격수의 잘못이긴 하지만, 나의 무리한 수비 자세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경기하다 보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신경질이 확 올라오는 거였다. 


"어떻게 팔꿈치를 쓸 수가 있어!" 

내가 상대팀에 고함을 지르자, 경기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췄다.


(실제 성격은 안 좋지만) 경기장에서의 성격 하나만큼은 좋은 내가 소리를 지르자, 특히나 놀라는 사람들은 우리 팀 선수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만 봤다. 


"그래, 너희 공 해"

상대팀이 프리킥 차라고 공을 줬다. 


그 상황이 꽤나 멋쩍었다. 그러나 나는 내 상황을 경기 중인 다른 이들에게 모두 설명할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이빨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얼굴도 아프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게 청춘이 아니라서 아픈 게 아닐까란 생각에 더 아프다는 것을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내게는 그 말이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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