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Nov 29. 2015

요리를 하다가

엄마를 생각하다

요리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먹기 위해 살기까지 한다는데, 나는 살기 위해서 먹는 편이다. 캡슐 하나로 하루를 버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크게 아프고 난 뒤에 식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잘 먹어야 된다라는게 결론. 하루는 고기를 고르다 소고기 앞에 섰다. 나와 소고기는 나름의 히스토리가 있는 관계인데, 재작년인가 소고기 알러지로 고생을 좀 했다. 지금은 별 상관없이 소고기를 먹지만, 불안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다.


제일 만만해 보이는 부위가 다리살이었고, 대충 금액에 맞춰 사들고서는 집에 왔다. 요새는 그래도 좋은 세상이다. 포털사이트에 소고기를 치면, 여러 가지 레시피가 나오기 때문. 소고기를 큰 통에 넣고 팔팔 끓이다가 마늘을 넣으라는 지시가 있었다. 


소고기 특유의 냄새가 부엌에 퍼지고, 마늘향도 함께 섞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갑자기 엄마가 생각났다. 향이 진해지는 것과 동시에 그리움과 고마움도 진해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통 앞에서, 나는 눈물을 다시 집어넣느라 고생 좀 했다. 남자 혼자서 요리를 하다 눈물을 흘리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아프리카 노트르담 성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